지난 31일 전주 남부시장 매곡교 인근 도로를 점유한 노점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진행됐다. 30여명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은 20여 분만에 끝났지만 노점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여전하고, 철거된 자리에는 곧바로 불법 주정차 차량이 차지해 행정대집행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남부시장 매곡교로 완산구청 소속 공무원 30여 명이 모였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온 매곡교 주변 불법 도로 상습 점유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1톤 트럭 3대와 집게차 1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차 2대도 함께였다. 이번 행정대집행 대상은 매곡교 인근 노점 8곳으로, 이곳에서 행정대집행은 처음이다.
전주시는 이들 노점상에게 지난 8월 8일부터 21일까지 4차례 계고장을 발부했고, 7월 21일부터 8월 18일까지 5차례 시정요구를 했다. 그런데도 철거나 이동이 이뤄지지 않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30일 찾아간 매곡교는 인도에 사람이 통행할 수 없을 정도로 좌판이 벌려 있어 시민들은 모두 차도로 다니고 있었다. 통행하는 차와 보행자가 뒤엉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행정대집행이 진행된 31일 다시 찾은 매곡교는 깨끗했다. 노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행정대집행 시간에 맞춰 철수한 것이다. 남아있는 노점은 매곡교 주변에서 소규모로 채소나 신발 등을 파는 곳으로, 상대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이었다.
집행이 예고된 오전 10시30분에 맞춰 공무원이 노점에서 배추와 파 등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좌판과 천막을 거둬가기 시작했다. 노점상은 굽은 허리로 철거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30년 넘게 남부시장에서 채소를 팔아왔다는 이 할머니는 “힘없는 사람한테만 이러는 거냐”며 하소연했고, 바로 옆자리에서 장사하다 함께 철거된 노점주인 안모 씨(74)도 “이곳에서 장사하는 것 말고는 먹고 살길이 없는데 어떡하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무수행’이라 적힌 차량에서 강제로 물건을 끄집어내리는 노점상의 모습도 보였다. 트럭에서 내린 물건을 손수레에 옮겨 담던 그는 “서민들 이렇게 짓밟으면 좋으냐”며 항의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생계형 노점인 것은 안다”면서도 “사람과 차량 통행에 방해돼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데다 민원도 꾸준히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행정대집행은 20여 분 만에 끝났다. 물리적인 충돌이나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거리는 깨끗해졌고, 사람과 차량의 통행도 원활해졌다.
하지만 공무원이 자리를 떠난 지 5분여 만에 배추와 파 등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 3대가 들어와 그 자리를 채웠다.
보행자 안전과 차량의 원활한 교행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의식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