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동네책방 주인장 7명과의 대화] 동네책방서 삶의 가치 읽어요

대한민국 독서대전 일환 대표들 차례로 경험 나눠…"책·문화 공유하는 공간" / 진화하는 서점 모습 고민…전주 9곳 연대 행사 계획

▲ 지난 1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책방 토닥에서 진행된 동네책방 주인장과의 대화에서 책방 같이[:가치] 전선영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中)

 

일본 아동문학가 미야자와 겐지는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를 통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미야자와 겐지처럼 ‘느리지만’ 이웃과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조용하지만’ 이웃과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동네책방이 있다. 이들에게 동네책방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팔고 문화를 공유하는 그런 공간이다.

 

전주 동네책방 주인장들이 제4회 독서대전 프로그램인 ‘서점의 진화- 동네책방 주인장과의 대화’를 통해 동네책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오후 2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책방 토닥에서 동네책방 주인장 7명이 돌아가면서 자리했다.

 

첫날은 책방 같이[:가치] 전선영 대표, 살림책방 홍승현 대표 차례였다. 살림책방은 개점한 지 3개월 된, 작게 빛나는 동네책방이다. 인문학 서적과 그림책, 독립출판물을 판매한다.

 

홍 대표는 전주와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었다. 서울과 대전, 제주도 일대 동네책방을 돌면서 장소를 물색했고 전주 하가지구를 최종 낙점했다. ‘살림’은 ‘살리다’의 명사형. 책으로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비추고, 마을을 비추면 결국 지역이 살아난다는 믿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동네책방 주인장은 로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로망만으로 살기 힘들었다.

▲ 책방 같이[:가치] 전선영 대표와 살림책방 홍승현 대표.

홍 대표는 3개월 차 시행착오를 현실적으로 들려줬다. “인테리어 비용, 책 구매 비용, 임대료 등 초반 투자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중간도매상(총판)을 통해 책을 구매할 때 마진은 30%. 하루에 10권을 팔면 대략 3만원이 남습니다. 그러나 절대 10권을 팔 수 없죠. (웃음)”

 

그럼에도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동네책방이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 ‘츠타야’ 서점은 책과 문화를 함께 팝니다. 책을 많이 확보하기보다 책과 관련한 상품 등 문화도 함께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낚시책이면 책 속 낚시용품도 함께 파는 형식이죠. 전주 안에서 어떻게 책 문화를 알릴까. 마을을 밝게 할까 하는 고민 속에 동네책방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책방 같이[:가치]는 그림책 전문 동네책방이다. 같이, 가치를 만들어 삶을 풍성하게 가꾸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책방 같이[:가치]는 곧 개점 2주년을 맞는다. 이와 맞물려 전 대표는 동네책방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익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작용한 탓이다. 그녀는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읽어내려 가면서 서점을 열 때의 마음가짐을 상기했다.

 

“주변에서 왜 굳이 그림책을 판매하려고 하느냐 묻습니다. 사람들이 그림책을 모르니 더더욱 그림책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사서 없애고 사서 없애야 한다고 합니다. 기증이나 선물을 통해서요. 그래야 출판사가 살고, 작가가 살고, 독자가 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거죠. ‘공통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민음사가 전국 동네책방을 대상으로 내놓은 ‘쏜살 문고 동네 서점 에디션’ 등 동네서점 차별화 시도도 큰 활력이 된다고 했다. 민음사는 동네책방에서만 파는 김승옥 ‘무진기행’,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을 출간했다. 이외에도 동네책방은 자생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전주 동네책방 9곳은 단기적으로는 동네책방 스탬프 투어, 작가와의 만남 등 공동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주·군산, 광주, 순천 등과 연대해 ‘전라도 동네책방 순회 행사’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