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배경 또 하나의 사랑 얘기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 소재 / 국립민속국악원 창극 제작 / 8~9일 공연…현대적 색채 가미

▲ 양생 역을 맡은 손재영씨(왼쪽)와 연화 역 김송씨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집 <금오신화> 속 ‘만복사저포기’가 창극으로 거듭난다. 2002년 남원시립국악단이 창극 ‘만복사저포기’(극본 최정주·연출 오진욱)를 올린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만복사저포기’를 소재로 한 창극이 나온다.

 

국립민속국악원이 8일 오후 7시 30분, 9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무대에 창극 ‘만복사 사랑가’를 올린다. 이는 김시습(1435~1493)이 쓴 한문소설 ‘만복사저포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를 연출한 극단 북새통 남인우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단국대 강은일 교수가 처음 창극 음악감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남인우 연출가는 지난해 국립민속국악원 ‘연기지도 워크숍’을 통해 남원과 인연을 맺었다. 작품 의뢰를 받고 창극 소재를 찾던 중 만복사 절터가 주는 묘한 느낌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갔다.

 

“600년 전 이야기인 만복사저포기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김시습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애민 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김시습 본인이 양생이 아니었을까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 보살 역을 맡은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만복사저포기’는 남원 만복사를 배경으로 노총각 양생과 처녀 귀신의 사랑을 다룬 설화다. 양생은 만복사에서 부처와 저포 놀이(윷놀이 내기)를 해 승리한 대가로 배필을 맞이한다. 이 여인은 수년 전, 왜구의 난이 발생했을 때 정절을 지키다 죽은 원혼이었다. 이 둘은 재회를 기약한 채 헤어지고, 양생은 여인이 3년 전 죽은 양반댁 딸임을 알게 된다. 여인은 양생 앞에 나타나 다른 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났다고 말한 뒤 사라진다. 이후 양생은 장가들지 않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만복사 사랑가’는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되 미륵보살, 문수보살, 처녀들 등 상징적인 캐릭터를 추가했다. 특히 처녀들 사연을 부각했다. 위안부 피해자들, 세월호 희생자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부처가 가진 자비와 사랑 등 우주 이치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 저승사자 역을 맡은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창극 ‘만복사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 대목을 삽입하고, ‘장단 변화’로 현대적인 색채를 살렸다. 뮤지컬의 화성적인 요소도 반영했다. 각 배역에 해당하는 짧은 노래는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들이 작창(창극 흐름에 맞게 소리를 짜는 것)했다. 배역은 자체 오디션을 통해 남자 주인공 양생 역은 손재영, 여자 주인공 연화 역은 김송 단원을 발탁했다.

 

전 좌석 무료. 예약 및 문의 063-620-2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