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경질을 촉구하면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청장이 7년간 새만금 업무를 맡았지만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역할, 새만금사업에서 지역업체의 배려 미흡 등 지역사회의 이 청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송 지사의 발언은 폭발력을 지녔다.

 

송 지사의 이런 직격탄에 대해 새만금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앙부처장의 자질을 자치단체장이 문제 삼는다는 걸 곱게 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전 청장이 이후 친지역적 행보에 나서고, 새 정부 들어 경질된 걸 보면 송 지사 발언의 약효는 있었던 것 같다.

 

송 지사가 최근에는 전북의 현안 관련 국가예산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지덕권 산림치유원 조성사업과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사업에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역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로 규정했다. 경북에서 추진했던 산림치유원의 경우 전액 국비로 추진했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하는 동학 관련 사업을 지역 사업으로 전락시키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사업을 안 하면 안했지 끝까지 국비로 가야 된다”는 송 지사의 배수진이 이번에도 통할 지 지켜볼 일이다.

 

중앙 정부와 자치단체간 갈등과 대립의 주된 쟁점은 이렇게 사업의 주도권과 예산에 있다. 중앙 정부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가급적 지방으로 넘기려 하고, 지방에서는 최대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몸부림친다. 박근혜 정부때 계속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도 국비 부담의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확대 역시 향후 지방재정을 더 옥죌 수밖에 없어 지방비 부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런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이며,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헌안에는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신설하고, 자치단체의 헌법적 지위도 ‘지방정부’로 바꾸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8대 2 수준의 국·지방세 비율을 6대4로 조정하는 안도 제시된 상태다. 중앙정부 대 자치단체간 투쟁적 관계가 지방분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와 같은 그림에서는 오히려 격화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예산과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치단체간 부딪히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지방분권뿐이라고 본다. 오늘 전주에서 열리는 국희 개헌특위에서 자치단체의 위상에 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