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유종근 당시 전북도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천년 새전북인운동’ 의 시작을 알리며 도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친절·질서·청결·선행을 기본 덕목으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예절을 지켜 건강한 공동체사회를 조성하고, 자랑스러운 예향 전북의 구성원으로서, 선진국 도약을 바라보는 문화시민으로서 자질과 품위를 갖추자는 취지와 목적을 담았다.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은 유 지사의 임기만료 때까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유 지사는 14개 시·군을 모두 돌며 특강을 통해 이 운동의 전도사로 나섰고, 각종 사회단체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언론 역시 연일 관련 특집을 쏟아냈다. 이 운동과 관련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말이 이 때 만큼 유행한 적도 없을 것 같다.
유 지사의 뒤를 이은 강현욱 도지사는 ‘새전북인운동’을 지우고 ‘강한 전북 일등 도민운동’을 내세웠다. 강 지사는 당시 도민운동 선포식에서 “낙후와 소외, 패배감에 사로 잡혀서는 전북이 발전할 수 없으며 우리 힘으로 1등 도(道)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진취적 기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새전북인운동에다가 도민들의 진취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덕목을 추가했다. 관 주도 대신 민간 차원의 운동으로 추진했던 이 운동은 그러나 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강 지사의 퇴임과 함께 유야무야 됐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 때 선언한 ‘전북 자존의 시대’를 도정 슬로건으로 내건다고 한다. 전북도는 다음달 ‘도민의 날’기념식에서 ‘전북 자존의 시대’를 선포하고 범도민 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란다. 구체적 과제로 △전북의 정체성 정립과 가치 찾기 △자랑스러운 전북의 재발견 △전북 자존을 위한 국가사업 정상화 △도민 소통·협력으로 대규모 행사 성공개최 △전북 몫 찾기 2단계 추진이 제시됐다.
전북의 현안들이 사실상 모두 담긴 ‘전북 자존의 시대’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북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 위한 노력과 열정에 어떤 도민이 토를 달겠는가. 새정부 들어 중앙의 인맥이 두터워지고, 세계잼버리 유치 등으로 생긴 도정의 자신감이 이 구호에서 묻어난다. 그러나 전임 지사 시절의 도민운동을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실속 없이 자칫 구호로 끝날 수 있음을 경계하자는 이야기다. 굳이 ‘전북 자존의 시대’를 외쳐야 하는 게 전북의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