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차별인사금지법

정권 교체를 실감할 수 있는 게 파워 엘리트의 변화다. 정책을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힘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내각 구성을 놓고 지역 편중 문제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는 영남, 그 중에서도 TK의 독무대였다. 여기에 SKY로 통하는 명문대와 몇몇 명문고 출신들이 쥐락펴락 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를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박근혜 정부를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내각이라고 했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다소 완화됐던 정부 인사가 다시 특정 지역과 인맥으로 편중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전북은 ‘무장관 무차관’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여민호 내각’(여성, 민주당 & 시민단체, 호남)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과연 호남 편중의 내각구성이 이루어진 것일까.

 

경향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정원, 감사원, 검찰, 경찰 등 정부 45개 부처의 파워 엘리트(장차관급 및 일부 1급 포함) 213명을 출신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호남 권역이 56명(26.3%)이라고 분석했다. 대구권과 부산권을 분리해서 호남과 같이 영남으로 합할 경우 71명(33.4%)으로 여전히 권역별 최대다. 현 정부 요직 인사들의 평균 연령을 기준으로 1960년 실시된 통계청 인구 분포와 비슷하다는 통계도 곁들여졌다. 결코 호남 편중이 아니라는 분석인 셈이다.

 

10년의 전 정권에서 워낙 찬밥 신세였던 탓에 현 정부에서 호남이 마치 큰 혜택이라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국무총리·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부총리(교육)·검찰총장 등 주요 요직에 광주·전남 출신이 임용되면서 전체적으로 호남의 배려된 것도 사실이다. 호남 출신의 이런 중용은 전 정권과 분명 차별성을 갖는다.

 

유성엽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새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에서 지역 탕평이 이루어졌다고 인사차별이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의 지역 차별은 공무원 사회의 인사차별과는 비교도 안 된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안 됐을 뿐이지, 대기업의 지역별 임원급 숫자만 따지더라도 금세 그 차별이 드러날 일이다. 지역차별금지를 법으로까지 제정해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호남 차별을 막을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