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철에 이어 추석 한가위 연휴에 다시 한번 스크린 전쟁이 펼쳐진다.
올해 추석 연휴는 무려 열흘(9월30일∼10월9일)이다.
최장 11일간 이어진 지난 5월 징검다리 황금연휴 때는 약 951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번 추석에는 그보다 많은 약 1천만명 정도가 극장 나들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1천만∼1천100만명 정도가 영화를 관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길어진 연휴만큼 극장가 상차림도 푸짐한 편이다. 휴먼코미디와 사극, 범죄액션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흥행 경쟁을 벌인다.
△ ‘아이 캔 스피크’
- 눈물 흘리며 보는 휴먼 코믹
‘아이 캔 스피크’는 추석 기대작 가운데 지난 21일 가장 먼저 등판했다.
‘민원왕’ 나옥분 할머니(나문희 분)가 까칠한 성격의 9급 구청 공무원 민재(이제훈)를 졸라서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할머니가 왜 영어를 배우는지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터극장 안은 눈물바다로 변한다.
이 작품은 “과거사를 다룬 한국영화 가운데 전범이 될 만한 웰메이드 영화”라는호평 속에 개봉 이틀 만에 24만명을 동원했다.
△ ‘남한산성’
- 이병헌·김윤석 등 호화 캐스팅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남한산성’은 오랜만에 나온 전통사극이다.
2007년 출간 이래 70만부 이상 팔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보냈던 47일을 그렸다.
영화는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김훈 작가 특유의 글맛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원작에 표현된 최명길과 김상헌의 불꽃 튀는 논쟁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지금의 관객도 이해할 수 있게 대사를 윤색했다.
이병헌은 “앉아서 말라 죽을 날을 기다릴 수 없다”며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김윤석은 “화친은 곧 투항”이라며 끝까지 맞서 싸우자는 척화파 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양쪽으로 나뉜 신하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조 역은박해일이 연기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슴 아픈,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룬다. 그런 만큼 웃음기는 쫙 빼고, 비장하고 진중한 편이다. 또 당시 인조와 신하들의 고민인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짐으로써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이병헌 등 티켓파워를 갖춘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 만큼, 이 작품은 추석 연휴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 ‘킹스맨:골든 서클’· ‘범죄도시’
- 화끈한 청소년불가 액션
이달 27일 포문을 여는 ‘킹스맨:골든 서클’도 막강한 경쟁작이다.
개봉 열흘 전부터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랐고 최근 콜린 퍼스, 태런 에저턴, 마크 스트롱 등 주연배우들이 내한해 팬심도 한껏 뜨거워진 상태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2년 전 개봉한 전편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612만명)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작품성에 대해선 “전편만 못하다”, “스케일도 커지고 더 낫다” 등 평가가 엇갈리지만, 화제성만큼은 여타 경쟁 영화를 압도한다. 다만,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어서 주로 20~30대 관객층의 지
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범죄도시’도 다음 달 3일 출사표를 던진다. 마동석·윤계상 주연의 범죄 액션물로, 역시 청불 등급이다.
이 영화의 제작사와 배급사는 애초 11월 비수기 개봉을 겨냥했지만, 영화가 완성된 뒤 “추석 때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다. ‘범죄도시’는 중국교포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강력반 형사들이 악질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 내용을 그렸다. ’러블리 ‘로 불리며 호감형 배우로떠오른 마동석이 주먹 한 방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강력계 형사 마석도 역을 맡았고,윤계상이 조폭의 두목 장첸 역으로 출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