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확 트이는 서해바다에서 속세와는 단절된 듯한 비경을 자랑하는 지리산까지. 전북은 빼어난 자연환경 덕에 아름다운 길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였다. 추석연휴, 자연을 벗삼아 묵묵히 걸어보는 것도 힐링에 도움이 될 듯 하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전북의 가볼만한 ‘길’을 소개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뒀다면 운동화 조여매고 길에 나서보면 어떨까.
△군산 구불길
수풀이 우거진 길을 걷고 싶을 때, 여유와 풍요를 느낄 수 있는 군산 구불길을 추천한다.
군산 구불길에서는 바다·강·호수·평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과 여행 중 숨어있는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향토자원을 체험하는 등 여유롭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총 8개 코스로 이뤄져 있는 구불길은 비단강 길, 햇빛 길, 큰들 길, 구슬뫼 길, 물빛 길, 달밝음 길, 신시도 길, 고군산 길로 이어진다.
각 코스는 보통 20km 내외로 성인 기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히 구슬뫼길(총 거리 18.8㎞)은 군산저수지를 끼고 돌며 청암산의 잘 보존된 원시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쌍천(雙泉) 이영춘박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탁류길(총 거리 6.0㎞)은 백릉(白菱)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 시대 남겨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 선조들의 삶의 애환을 경험하고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으며, 특히 유명한 맛집들이 밀집돼 있다.
고군산길(총 거리 21.2㎞)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고군산군도의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선유도, 장자도 등에 전해지는 전설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체험활동과 함께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군산=문정곤기자
△남원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의 시작과 끝은 남원이다.
1구간 주천~운봉(14.3㎞), 2구간 운봉~인월(9.4㎞), 3구간 인월~금계(19.3㎞)에는 보석같은 비경이 숨어있다.
1구간은 운봉의 너른 들과 지리산 북사면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구룡치를 넘어 옛사람들이 남원장을 보러 다녔던 길로 옛길 흔적이 가장 많아 남아 있는 곳이다. 주천면 소재지인 외평마을에서 시작되는 1구간에는 나이를 헤아릴 수 없는 수 십 그루 노송이 반긴다. 저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노송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행정마을 소나무 숲 맞은편에는 서어나무 숲이 있다.
2구간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산지대인 운봉고원을 지나 영호남의 경계를 넘어 지리산의 큰 장인 인월장을 만날 수 있다. 동편제 판소리의 본고장 비전마을과 석장승이 지키고 있는 서림공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섬멸한 승전을 기념해 만든 황산대첩비지도 이 길에 있다.
3구간의 등구재는 전북과 경남을 행정구역으로 가르고 있지만 선조들은 등구재를 넘어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갔다. 인월은 통영별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 인월역(驛)이 있었다. 인월 5일장은 우리나라 최대의 약초시장이었으며, 화개장터와 함께 전북과 경남 사람들이 어우러져 장을 봤던 곳이다. 남원=강정원 기자
△김제 모악산길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과 전주시 중인동, 완주군 구이면에 걸쳐 있는 모악산 일대에 조성된 둘레길로, 모악산 주변을 한바뀌 도는 코스이다. 총 길이가 72.2㎞에 이른다.
모악산 경관을 즐기며 주변 고찰과 한적한 시골 마을, 도시 근교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코스로, 김제시 2개 코스와 전주시 2개 코스, 완주군 3개 코스 등 총 7개 코스가 가꿔졌다.
모악산(793m)은 산정 아래에 박힌 커다란 바위 모양이 ‘아기를 안은 어머니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모악(母岳)’ 이다.
전라북도가 걷기 열풍을 타고 부쩍 늘어난 도보 여행자를 유치해 관광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조성했다.
김제시 제1코스는 유각재(경계)∼귀신사∼싸리재∼신대아 숲길∼서강사∼남강 정사∼서릿골∼금평 저수지∼금산사∼배재(21.3㎞)이고, 제2코스는 ∼금산사 주차장∼백운동 마을∼귀신사∼싸리재∼금평 저수지∼금산사 주차장(13.3㎞)이다.
제2코스가 한국관광공사의 올 2월 ‘좋은 걷기여행길’에 선정됐다.
금산사 주차장 버스정류장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솔향이 가득한 숲길이 이어지고, 백운동 마을로 접어들면 금산사 말사 귀신사를 만난다. 귀신사에서 싸리재를 거쳐 내려가면 일명 오리알터로 불리는 금평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은 풍수지리에 밝았던 도선이 장차 오리가 알을 낳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어 금산교회를 거쳐 금산사 주차장으로 복귀 하는 코스다. 김제= 최대우 기자
△부안 마실길
부안은 맛과 풍경, 그리고 이야기 등 세 가지 즐거움이 있어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 불리었다. 이러한 즐거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부안 마실길이다.
부안 마실길은 새만금전시관~부안자연생태공원 66㎞ 8개 코스에 이르는 변산 마실길과 97㎞ 6개 코스의 내륙 마실길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조개미 패총길(새만금전시관~송포, 5㎞)이며 2코스-노루목 상사화길(송포~성천, 6㎞), 3코스-적벽강 노을길(성천~격포해수욕장~격포항, 7㎞), 4코스-해넘이 솔섬길(격포항~솔섬, 5㎞), 5코스-모항갯벌 체험길(솔섬~모항해수욕장, 9㎞), 6코스-쌍계재 아홉구비길(모항해수욕장~왕포, 11㎞)이다.
또 7코스-곰소 소금밭길(왕포~곰소염전, 12㎞), 8코스-청자골 자연생태길(곰소염전~부안자연생태공원 11㎞), 9코스-반계선비길(개암사~우동마을, 14㎞), 10코스-계화도 간재길(계화도~석불산, 16㎞), 11코스-부사의 방장길(석불산~부안댐, 24㎞), 12코스-바지락 먹쟁이길(변산해수욕장~부안댐, 10㎞), 13코스-여인의 실크로드(성천~유유저수지~격포항, 10㎞), 14코스-내소사 전나무길(왕포~내소사~부안자연생태공원, 23㎞)이다.
부안 마실길은 길을 걸으며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문학여행, 역사공부, 생태탐방이 가능하고 바지락죽을 비롯한 풍부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다. 부안=양병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