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도시락을 맛있게 먹을 아이들 생각에 한숨도 못 자요. 너무 설레서….”
28일 새벽 1시 30분 전주시 효자동 1가 전북외식산업 작업장. 전주시의 ‘엄마의 밥상’이 차려지는 곳이다.
강철 대표와 직원들은 식단 회의로 아침밥 짓기를 시작한다.
“오늘 메뉴에는 연근 맛탕을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단을 만들기 위해 자체 개발한 연근 맛탕은 아이들에게 별미다.
2시 30분이 되자 보온 도시락에 갓 지은 밥을 주걱으로 눌러 담았다. 쌀은 전날 저녁 불려 놓았고, 회의 시작과 동시에 취사에 들어간다. 이날은 어묵탕과 오삼제육볶음, 연근 맛탕, 콩나물무침이 반찬 통에 담겼다.
‘노란 리본’이 달린 도시락이 눈에 띄었다. 도시락은 1인분, 2인분, 3인분 짜리로 나뉘는데 3인분 도시락에는 ‘노란 리본’을 묶어둔다. 배달에서 혼선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암호다.
강 대표는 “한 세대에 결식아동이 3명인 곳이 있다”며 “이들은 조금 더 큰 도시락에 반찬을 더 많이 담는다”고 했다.
새벽 4시 배달 차량에 시동이 걸렸고, 도시락은 구역별로 5대의 차량에 나눠 실렸다.
차량은 전주시 평화동의 아파트단지, 인후동의 다가구 주택단지, 멀리는 금산사 인근의 단독 주택까지 달리고 아침 7시께 돌아온다.
배달 기사들은 아이들 집 문 앞에 도시락을 두고 빈 도시락을 가져온다. 전날 도시락이 그대로 있으면 전주시에 알려 아이들 상황을 체크한다.
작업장 청소까지 마치면 오전 11시 30분. 새벽에 만든 도시락으로 늦은 아침을 먹는다. 혹시라도 아침 도시락을 오후에 먹는 아이들이 상한 음식을 먹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지난 2014년 10월 전주시가 아침밥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엄마의 밥상 사업 시행 이후 3년째 이 사업을 맡은 강 대표와 아내 이문화씨는 매일 새벽에 밥을 짓는 고된 일정을 ‘부모의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다.
특히 빈 도시락에 담겨오는 아이들의 편지가 더욱 힘을 내게 한다. ‘날씨가 이번 주 내내 춥다고 합니다. 부착하는 핫팩입니다. 조금 덜 추우실 거예요.’, ‘빈 그릇을 씻었는데, 두 번 일거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곧 생일이에요.’
이 씨는 답장을 써 과일과 함께 보내고, 한 달에 3번은 미역국을 끓인다. 간혹 직접 기른 고추와 오이, 호박도 담겨오는데, 농산물은 다음날 음식에 사용한다.
‘엄마의 밥상’은 아침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지원하기 위해 전주시가 시작한 사업이다. 18세 이하(고등학생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현재 190세대 280명이 새벽에 만든 도시락을 받는다.
배달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7시까지 이뤄지고, 일요일 아침밥은 토요일에 함께 배달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과일과 유제품 등 간식과 생일에는 케이크가 전달된다.
다음 달 시행 3년을 맞는 엄마의 밥상은 연간 5억5000만 원의 사업비가 든다. 후원도 잇따르는데, 기업과 개인이 식재료와 성금을 기탁하는데 그동안 5억760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30일 엄마의 밥상에는 오색 송편과 돼지 갈비 등 추석 음식이 담긴다. 추석에도 따뜻한 손맛이 배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