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의 파격

민선 이후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파격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집권적 사고, 오랜 관료사회의 기본틀을 깨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정호 전 국토부 제2차관이 어제 정무부지사로 취임하면서 도내는 물론,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행정부지사는 행안부 2급상당 국장급이 부임한 뒤 한참 지나서 1급으로 승진하는게 관례이고, 정무부지사도 공직 내부에서 발탁할 경우 기재부 등에서 2급상당 국장급이 갔기 때문이다.

 

타 시·도의 경우 국회의원을 지낸 뒤 정무부지사로 재직한 경우도 있지만, 격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 차관을 지낸 사람이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고향발전에 힘쓰겠다고 나섰으니 눈길을 끌만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 유광찬 전 전주교대총장 등도 교육감 출마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대학총장을 역임한 사람이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게 명분상 옹색해 보일 수 있으나 도내 교육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때 실리 측면에서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한다.

 

민선시대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집권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까지 지냈던 4선의 정균환 전 의원에게 언젠가 굳이 도백에 나선 이유를 묻자 “작은 집단일망정 단체장을 해야 내 뜻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적이 있다.

 

그 말을 들어보면 200만 도민의 대표라고 하는 도의회 의장들이 그동안 시장, 군수직을 향해 의장직을 쉽게 버린것도 이해된다.

 

사실 도민의 대의기관 수장인 도의장과 시장, 군수는 명예나 정치적 중량감 측면에서 비교할 수 조차 없으나, 역대 도의장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이나 군수직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쫓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역대 도의회 의장중 김철규, 이강국, 김진억, 허영근, 김병곤, 김희수 전 의장이 시장이나 군수 선거에 나섰다.

 

타 시·도의 경우 중량감 있는 도의장을 지낸뒤 도지사나 국회의원 등에 나서기도 했으나 전북에서는 잘해야 시장, 군수에 도전하는 정도였다.

 

김성주, 김광수, 김윤덕 등의 사례에서 보듯 수년전부터 국회의원직에 도전하는 도의원들이 하나둘 뜻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민선시대에 볼 수 있는 하나의 파격이다.

 

도의원들이 자신의 몸값을 불리기위해 일단 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는 현상이 만연한 가운데 과연 내년 지방선거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