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1392년 이성계와 정도전 등이 고려를 무너뜨리고 세웠다. 1910년 일본제국주의에 패망할 때까지 518년간 이어진 제국이다. 한 왕조가 500년 이상 이어진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한다. 500여년간 이어 통치를 한 왕조 위패가 모셔진 종묘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01년에는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왕조는 전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전주이씨다. 고려말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남원 운봉에서 섬멸(1380년 황산대첩)한 뒤 전주 오목대에서 승전 잔치를 했다. 조선 건국 후에는 태종이 1410년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는 경기전을 창건(1614년 중건)했다. 건지산에는 전주이씨 시조묘인 조경단이 소재한다. 조선은 국가적 위기 때 왕과 분리된 세자 중심의 임시왕조(분조·조정을 둘로 나눔)를 운영했는데, 1592년 임진왜란 때 광해군 분조와 1627년 정묘호란 때 소현분조가 전주에서 운영됐다.
오늘날 전주한옥마을이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된 중심에 조선왕조가 있는 것이다.
조선은 장수한 왕조로서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해 이룬 업적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핏빛으로 얼룩진 제국이었다. 역성혁명 과정에서 고려 충신 정몽주 등이 참살됐고, 형제와 종친은 물론 척신들도 권력 싸움에서 무수히 희생됐다. 연산군의 폭정으로 일어난 중종반정, 광해군의 폭정과 권력 암투로 일어난 인조반정 등 두 번의 반정과 무오사화 등 네 번에 걸친 사화로 충신과 선비들이 살해되거나 유배됐다. 태조가 명나라를 등에 업고 건국한 조선은 대명 사대주의에 집착, 세계 정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외교적 실패를 저질렀다. 광해군을 쫓아냈지만 감정적이고 무능했던 인조는 결국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 굴욕을 치러야 했고, 선조는 일본의 침략 낌새를 느끼고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해 정세를 파악했지만, 정작 통신정사 황윤길의 의견을 무시하고 통신부사 김성일의 말만 믿어 화를 키웠다. 왕권이 무너져 60년 세도정치로 피폐해졌고, 세도가를 척결하며 구국의지를 보였던 대원군은 며느리 명성황후의 권력쟁탈전을 벌였다. 눈 앞의 권력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조선의 몰락을 재촉했다. 500년 조선왕조는 왕과 권신들의 권력 독점과 남용, 붕당세력간 다툼으로 결국 망국의 한을 남겼다. 요즘 정치는 어떠한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