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정도상, 장마리, 황보윤, 차선우, 김소윤, 한지선, 김저운 등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 있는 전북지역 중견 소설가 8명이 단편 소설집을 냈다. 오늘 당신의 끼니에 안부를 묻는 작품집 <마지막 식사> (예옥). 마지막>
이광재의 ‘먹을 만큼 먹었어’, 정도상의 ‘청국장을 끓이다’, 장마리의 ‘한 가족 따로 밥 먹기’, 황보윤의 ‘모니카, 모니카’, 차선우의 ‘초대’, 김소윤의 ‘장마’, 한지선의 ‘4월이었을까’, 김저운의 ‘마지막 식사’ 등 총 8편이 수록됐다.
김양호 숭의여대 교수(소설가)는 <마지막 식사> 를 두고 “일가족이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소설집”이라고 평했다. 마지막>
생면부지 나그네라도 소매를 붙잡아 음식을 대접하는 전라도의 정서, 신개발로 사라지게 된 마을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무연고자의 무덤에 음식상을 차려주는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다. 섭식장애에 걸린 소녀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대구탕·돼지고기가 들어간 청국장·매실장아찌·브리야니·멀리 멕시코에서 먹는 김치찌개 등 군침이 도는 음식, 그러나 한 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없는 현실까지도 담아냈다.
‘모니카, 모니카’, ‘장마’에 등장하는 계란프라이, 매실장아찌는 구원의 맛이다. 섭식장애, 의붓아버지의 학대 등 어두운 과거와 현실에서 유일한 빛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다. 남편의 내연녀를 초대해 그녀의 소변을 섞은 김치찌개를 대접하는 발랄한 복수극 ‘초대’는 또 다른 형태의 구원의 맛이다.
점점 식탁에 마주앉을 기회가 사라지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담은 ‘한 가족 따로 밥 먹기’, 죽은 자들에게 제사상을 차려주는 ‘마지막 식사’는 잊혀져가는 가족의 의미로까지 확장해 물음을 던진다.
‘맛은 기억이며 맥락이다. 이십 리 길을 걸어 어느 날 학교에 찾아온 어머니가 점심 대신 먹으라며 내민 쑥버무리 맛은 겨울보다 춥던 이른 봄의 바람 끝과 거기 얹혀 있던 봄내음, 바람을 막아주는 들판의 짚단에서 풍기던 기분 좋은 냄새…허기를 채우던 자식의 모습에도 아랑곳없이 들판 저 멀리 시선을 풀어놓던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아른거리게 하는 눈물이 있어야 비로소 오롯해 지는데’( ‘먹을 만큼 먹었어’ 중)
‘4월이었을까’, ‘먹을 만큼 먹었어’, ‘청국장을 끓이다’는 음식의 맛과 이에 담긴 인간의 기억과 삶을 교차한다.
이지은 문학평론가는 “먹는다는 행위에는 인간사의 굴곡과 풍파가 녹아 있다”면서 “독자들의 식사도 언젠가 요약될 각자의 인생의 맛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여덟 편의 소설이 독자의 끼니에 건네는 안부를 음미해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