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4년 김제 벽성대 가보니] 흉물된 캠퍼스…주변 원룸촌·상가도 텅텅

잡초 무성, 경비실 달력은 2014년 7월에 멈춰 / 샛길로 학교 들어갈 수 있어 범죄 활용될 우려 / 김제시 "재단측과 협의, 부지활용 논의 검토"

▲ 지난 21일 김제시 공덕면 공덕리 옛 벽성대학 정문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학교 안팎이 수풀로 우거져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김제시 공덕면 공덕리 51-25번지 옛 벽성대학. 한때 지성의 요람이었던 이 대학은 폐교한 지 4년여 만에 폐허로 변했다. 대로변에서 대학 입구까지 600m의 길 양옆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인도가 보이지 않았다. 굳게 닫힌 정문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건물 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낙엽이 쌓여 있었다. 한 건물은 잡초와 나무가 우거져 흡사 밀림처럼 보였다. 외견상 조용했지만, 간혹 새 떼가 보여 낮에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학교에는 번호판이 없는 차량도 있었다. 먼지가 쌓인 경비실의 탁상 달력은 2014년 7월을 가리켰다.

 

시간이 멈춘 건 약 6만 평 부지의 학교만은 아니었다.

 

학교 주변에 있는 원룸촌도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 보였다. 한 원룸 1층은 창틀 곳곳에 우편물이 덕지덕지 붙었다. 이 중 ‘2017.05 총 체납액 150만3020원’이라고 적힌 김제시 상수도 특별회계징수관의 우편물이 눈에 띄었다. 인근의 편의점과 당구장도 커튼이 쳐져 있었고, 폐기된 차량만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 1995년 개교한 이 대학은 19년만인 2014년 폐교됐다.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 수업시수 미달 학생들에게 부당학점과 학위를 부여한 중대 학사 비리가 적발돼 폐쇄 명령을 받았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시정요구와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처분사항 미이행 시 학교 폐쇄 계고처분 방침을 전달했지만, 벽성대는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소송 끝에 폐쇄된 벽성대가 이제는 고즈넉한 마을의 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범죄 장소로 활용될 우려도 높다. 정문과 후문은 차량 진입을 막고 있지만, 샛길을 이용해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실제 학교 운동장에는 간이 야구장이 펼쳐져 있다. 나무와 가로등 사이에는 ‘사회인 야구단 동호회 모집’이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곳은 행정의 관리·감독 밖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제 벽성대 재단은 ‘충렬학원’이다. 대학은 폐쇄됐지만, 재단이 인천광역시 소재의 중학교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는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는 폐교가 되면 지자체가 나서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며 “그러나 김제 벽성대는 아직 재단이 살아 있고,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벽성대가 마을 환경을 해치고 범죄 장소로 활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아직 논의된 건 없지만, 도시계획 차원에서 재단 관계자와 협의해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