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선(線)

 

지금부터 50년전 ‘서울은 만원이다’란 제목의 영화나 소설이 발표된 것만 봐도 수도 서울은 오래전 꽉 찼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커 보여도 사실 서울은 그렇게 넓은 곳이 아니다.

 

서울 면적(605㎢)은 고창군(607㎢)과 거의 비슷하다. 서울은 전주시(206㎢)의 약 3배 가량 되는데, 도내 자치단체중 가장 넓은 완주군(820㎢)과 비교하면 훨씬 작다.

 

약 600 여년전 수도 서울을 정한 이래 범주는 오랫동안 강북 4대문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6.25 이후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여의도와 강남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한양을 설계한 이는 정도전이지만, 오늘날 수도 서울의 큰 틀을 닦은 사람은 불도저라 일컬어졌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다.

 

군 수송장교 출신인 그는 부산시장, 서울시장, 내무부장관을 거쳤는데 특히 60년대말 4년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일석 박사를 부시장으로 영입해 한강개발, 여의도개발을 비롯 영동지구의 틀을 갖추고 남산터널과 북악스카이 개발 등을 주도하게 된다.

 

강남, 서초 등은 영등포의 동쪽이라 하여 영동(永東)지구로 일컬어지는데, 사실 이 일대가 제대로 서울에 포함된 것은 제3한강교인 한남대교의 개통과 궤를 같이하며 이는 곧 김현옥의 구상에서 비롯됐다.

 

1970년 4월 마포에 날림공사로 지은 ‘와우아파트’가 붕괴되면서 ‘도시는 선이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김현옥의 개발독재는 끝나게 됐지만, 어쨌든 현재 수도 서울의 면모를 설계한 이를 꼽는다면 김현옥을 빼놓을 수 없다.

 

‘도시는 선이다’는 구호는 방사형 도로나 외곽순환도로 등을 포함한 도로교통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인데 김현옥과 친분이 두터운 소설가 이병주가 처음 썼다고 한다.

 

그럼 시선을 돌려 1천 여년 전 수도였다는 전주의 개발 방향을 보자.

 

전주 역시 큰 틀에서 볼때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갇혀있었으나 80년대 이후 동부권은 6지구와 아중리를 중심으로 개발됐고, 서부권은 서신동과 도청 주변을 중심으로 한 서부신시가지 중심으로 개발되다 최근들어 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가 핵심지구로 부각됐다.

 

북부권은 송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35사단 이전을 계기로 에코타운이 형성됐으며, 남부권은 평화동 교도소 주변으로 개발되다 최근엔 효천지구 중심으로 뻗어가는 분위기다.

 

내후년 법조타운이 만성지구로 이전한 뒤 텅 비게 될 전주경기장과 덕진동 일대는 개발이냐(전북도), 보존이냐(전주시)의 갈림길에 서있다.

 

이러한 때 불현듯 최근 한 업체가 도청 옆 대한방직 부지를 사들이면서 개발을 추진중이고, 교도소 이전도 4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시개발’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