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전 11시 모교 강당에서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김광호(고 39회) 총동창회장과 신정균(고54회) 전주고 교장, 졸업당시 3학년 5반 담임이셨던 김종석(고 28회) 전 전주교대 영문과 교수님도 참석해 축하해 주셨다.
졸업 50주년을 기념해 우리는 총동창회에 장학금 1000만원 기탁했다.
김광호 총동창회장은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기탁한 우리 동기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2019년에 있을 개교 100주년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신정균 모교 교장선생님의 학교 현황 설명에 이어 김종석 은사님의 귀한 말씀은 50년 전의 학창시절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했고, 감회는 새로웠다.
우리는 50여 년 전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3년 동안 공부하면서 정들었던 회색빛 낡은 교사는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말끔히 단장된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등 교정은 많이 변해있었다. 작았던 교정 정원수들도 반세기가 흐르면서 어린아이 몸통 굵기로 자라 있었다.
50년 동안 변한 게 어디 학교뿐이랴. 서울공대 주최 전국 고교대상 수학경시대회 1등, 경희대 주최 전국고교학력경시대회 1등, 서울대 입시 118명의 합격이 말해주듯 전국 5대 명문고 학생으로서 하늘의 별이라도 움켜쥘 만큼 자부심과 긍지 속에 교문을 나섰던 우리들의 옛 모습도 많이 변해 있었다.
까까머리는 반백이 다 되어 가고 있고, 머리숱은 듬성듬성했다. 이마의 주름도 손금처럼 많이 생겨나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이름을 말해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청년이 노년에 접어든 모습을 보면서 국가 발전의 주역으로 격동하는 현대사를 관통하는 동안 각 분야에서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졸업 당시 담임을 맡으셨던 은사님 대부분 우리 곁을 떠나셨다.
전북에는 김종석 은사님과 군산에서 투병 중이신 3학년 3반 담임이셨던 한연종 전 군산대 총장님 두 분만 연락이 닿았다.
두 분 은사님께는 동기들의 뜻을 모아 금일봉을 전달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김종석 은사님께는 행사장에서, 행사 참석이 어려운 한연종 은사님께는 노재만 회장과 졸업 당시 3학년 3반 반장이었던 임병곤 동문 등이 다음날 군산 자택을 방문해 작은 뜻을 전했다.
모교 강당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동기들은 김제 벽골제와 선운사를 거쳐 이튿날 새만금의 웅장한 대 역사의 현장을 둘러봤다.
군산에서 석별 오찬을 끝으로 아쉬움 속에 졸업 50주년 모교 방문 행사를 모두 마치는 순간, 고희를 맞은 우리 동기들은 살아 생전 이런 행사를 또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해짐을 느꼈으리라. 동기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