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요즘 가위박물관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진안군은 군민의 우려를 뒤로한 채 지난해 10월 하순께 마이산 북부에 가위박물관을 만들었다.
군은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립한 박물관을 준공하자마자 이대암 씨에게 민간 위탁했다. 그런데 위탁은 그저 형식일 뿐, 사실상 군 직영이다. 개관 전 군은 가위 1500품목을 수탁 예정자인 박물관장(이씨)으로부터 수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개관 후엔 박물관 직원들의 월급 및 기타 용도로 연간 1억원을 줬고, 홍보비로 쓰라며 2000만원을 쌈짓돈처럼 건넸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가위조형물’ 제작비로 8000만원을 엿가락처럼 떼어줬다. 수천만원을 들여 커피숍 공간도 마련해줬다. 한 마디로 이 씨에게 모든 비용을 다 대줬다. 그럼에도 특별한 지원을 해준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없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그렇다 치자. 앞으로는 어떨까? 여태까지는 ‘껌 값’일 수 있다. 군이 장담하는 기네스북 등재부터 보자. 군은 지난달 21일 세워진 가위조형물을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등재는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돈이 만만치 않게 드는 일이다. 자그마치 ‘억’ 단위가 든다. 다른 시군이 만든 ‘거대 조형물’의 기네스북 등재 사례를 보면 그렇다.
드는 돈이 여기서 멈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10년이든 100년이든 들어가야 할 돈이 기다리고 있다. 유지관리비다. 가위박물관이 없어지지 않는 한 연간 ‘수억 원’의 유지 관리비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군비로 감당해야 될지 모른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상태를 놓고 보면 ‘밑 빠진 독’ 싹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까 봐 군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밑 빠진 독은 그냥 나둬선 안 된다. 땜질이 어려우면 쓰지 않거나 깨부수는 게 상책이다. 신품 ‘밑 빠진 독’ 제작은 군민 혈세에 죄를 짓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진안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밑 빠진 독’을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지방선거는 8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이숙 부관장과 이항로 군수 사이가 ‘참 좋은 지인 사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