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구성원은 경찰관 1명을 제외하고는 법률적 전문 지식이나 조사 관련 업무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이들이다”, “학폭위는 모든 것을 법정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학부모의 최근 양상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폭력 발생시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부모와의 마찰, 상급기관의 서류보고, 행정소송 대비 등으로 의욕 상실과 학생 지도에 대한 회의감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토로한 내용이다. 학폭위가 학생이나 학부모, 어느쪽에서도 신뢰받지 못하고 교사들도 학교폭력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학폭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을 바꾸거나 위원회 자체를 외부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국교총이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 교육전문직 종사자 등 119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0%에 달하는 이들이 “학폭위를 외부전문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945명(79.4%)이 법률을 개정해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이나 외부전문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으며,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204명(17.1%)뿐이었다.
특히, 고등학교 교사보다는 중학교 교사가, 중학교 교사보다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폭위의 외부기관으로의 이관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등교사는 86.4%, 중학교교사는 78.5%, 고등학교 교사는 71%가 이관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한, 교원들의 경력으로 보면 11~20년 차 교사들이 학폭위 이관을 가장 많이 원했다.
11~20년 차 교원은 86.5%, 21~30년 차는 80.1%, 10년 이하는 76.8%, 31년 이상은 74.4%로 조사됐다.
교총은 교사들이 학폭위를 학교 안에 둔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교총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학폭위의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나 담당교사에 대한 문제 제기나 소송 등으로 학생 교육에 힘써야 할 학교가 폭력사건 처리까지 도맡아 공교육 약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학폭위의 기능을 학교가 아닌 전문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견을 토대로 학폭위를 외부에 보내는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9월 발의 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0명은 지난 9월 29일 학폭위를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학교폭력대책기초위원회’로 만들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폭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학교폭력 사태의 일차적 해결을 학교 밖에 있는 기초위원회가 담당하게 해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합리적인 처분이 내려질 확률을 높여야 한다”며 “일선 교사들도 교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직무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폭위를 외부 기관으로 이관하기 어렵다면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학폭위 위원들의 구성을 전문위원들로 바꾸는 개정안도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한 학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학폭위 구성과 관련해 국무총리 소속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가해 학생 조치판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학폭위 위원 구성 시 전체 위원의 3분의 1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하는 내용이다.
백 의원은 이를 발의하며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조치는 형평성과 공정성이 기본이다”고 강조했다.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