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은 불가피했으며,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수능이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수험생의 안전보다 더 우선일 수는 없다. 포항지역의 시험장 곳곳에서 천장과 벽 균열이 나타난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수험생들이 불안에 떨며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정치권은 물론, 여타 지역의 학부모들도 수능 연기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
문제는 수능 연기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 문제에다 수능 연기로 면접과 논술 등 향후 입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능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온 많은 수험생들이 향후 1주일을 어떻게 관리하고 버틸지 걱정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대학별 고사 일정에 맞춰 서울 등 타시도에 예약했던 교통편과 숙박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 등의 일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능 후 가족여행을 예정했던 가정에서는 어렵게 계획한 여행 자체를 취소하거나 위약금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수능 연기 사태를 통해 학교 시설물들이 얼마나 내진에 취약한지 드러냈다. 비단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내진 설계가 된 학교가 평균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북의 경우도 내진보강이 필요한 도내 초·중·고교 건물이 82.4%에 이르며, 이에 필요한 예산이 27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내진 보강예산은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학교뿐 아니라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공공시설물 내진 투자율은 1.1%로 전국 최하위며, 일반 민간건물의 96%가 무방비 상태다.
수능 연기에 따른 수험생 및 학부모 피해의 최소화와 함께 전반적인 내진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그간 큰 지진이 없었던 전북의 경우 내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을 때 경주·포항보다 작은 강도의 지진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세워져야겠지만, 교육당국과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