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재앙으로 인식되는 올해 첫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고창군 흥덕면 육용 오리 농가에서 발생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AI 발생 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찾고 재발 대책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AI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철새에 의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번 고창 AI 역시 철새 도래시기와 함께 발생해 AI 바이러스 유입이 야생조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프레 계열농가인 고창군 흥덕면 치룡리 661번 김모 씨의 육용 오리 농가는 지난 16일 오리 출하 전 정밀검사(PCR)에서 H5 항원이 검출돼 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19일 밤 9시께 고병원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농가는 보온덮개 4동으로 구성된 재래식하우스로 오리 이동을 제한하는 그물망이 일부 파손돼 있고 천장 지붕도 노후화돼 쥐 등 설치류 유입에 취약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나타났다.
특히 이번 AI 발생 농가 서남쪽 250m 옆에 국내 대표적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가 있는데 이미 이곳에 야생조류 200수가 서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야생조류 분변에서 묻어 나온 바이러스가 쥐 등 설치류에 의해 농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 농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며, 해당 농가 및 방역대 내 가금류에 대한 임상실험 및 분변 등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아무런 징후도 나타나지 않은 점에서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는 참프레와 해당 농가의 오리 입육과 관련한 계약 사항을 면밀하게 따져본 뒤 오리 입육과 관련한 시설 관리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 행정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야생조류인 철새에 의한 AI 바이러스 전파는 사실상 방역대의 인위적인 소독 및 예찰만으로는 막기 힘들며, 농가 자체의 예찰 및 예방수칙 준수가 적극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부터 올해 11월 현재까지 전북에서 발생한 AI는 모두 166건이며, 농림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166건 모두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6~2007년 사이에 익산과 김제에서 3건이 발생했고 2008년 17건(익산 2, 정읍 4, 김제 10, 순창 1), 2010~2011년 2건(익산 1, 고창 1), 2014~2015년 72건(군산 1, 익산 2, 정읍 17, 김제 17, 진안 1, 임실 1, 순창 2, 고창 11, 부안 20), 2016~2017년 67건(전주 1, 익산 14, 군산 6, 완주 2, 김제 6, 정읍 22, 임실 5, 순창 1, 고창 7, 부안 3) 순으로 발생했다.
해가 지날수록 예찰 및 소독·방역은 강화되는데도 오히려 발생 도시와 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2년간 도내에서 AI로 살처분 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숫자만 해도 1554만1000수에 달하고 있으며, 살처분에 따른 보상비용도 20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승구 도 농림수산식품국장은 “예단할 수는 없지만 AI 바이러스 유입의 강력한 매개체로 야생조류가 꼽히고 있으며, 당국의 예찰과 방역만으로는 야생조류 전체를 예방할 수 없다”며 “이를 막기위해서는 농가와 계열사 기업 자체가 야생조류 분변 유입 등을 막을 수 있는 시설 설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한 번 발생한 농가나 기업에서 3차례 이상 AI가 발생할 경우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적 제재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