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지만 마르크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토론을 했다는 레스토랑,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을 자랑하는 게 대표적이다. 루이 15세가 궁정복을 입혔다는 ‘오줌누는 소년의 상’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힘으로써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관광산업에 스토리텔링을 동원하는 마케팅 전략이 보편화 추세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유명 인사의 생가 등을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더는 특별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남원시는 앞선 지역이다. 판소리 소설 ‘춘향전’을 활용해 ‘춘향의 도시’로 확고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와 지역 이미지 제고를 고려할 때 ‘춘향’이 오늘의 남원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춘향효과’를 톡톡히 누린 남원은 일찌감치 ‘흥부전’에도 주목했다. 남원군이 흥부전의 근원지가 남원이라는 추론을 바탕으로 90년대 초 문학적 고증과 현장조사를 통해 해당 마을을 추정했다. 당시 학술용역에서 현재의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가 놀부·흥부의 출생지며, 남원시 아영면 성리가 흥부의 정착지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어서 두 지역은 서로 흥부마을이라며 흥부마을 이미지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로 25회째 이어지고 있는 흥부제가 인월과 아영에서 각각 터울림제와 고유제를 치르고, 정작 본행사를 남원시내에서 갖는 것도 이 같은 경쟁 관계에서다.
아영면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흥부면 명칭변경 추진위원회’가 최근 아영면을 흥부면으로 바꿀 경우 남원 관광객 600만명 시대와 연간 546억원대의 관광수입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정확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흥부 브랜드 효과는 분명 클 것으로 본다. 춘향이 보여주듯 흥부가 남원의 새로운 미래 관광자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인월면의 이해와 협력이 관건이다. 풍자와 해학, 교훈까지 가득한 설화 속 ‘흥부면’이 현실로 만들어져 각박한 세상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 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