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도 겉으로는 대립관계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한 통속으로 지낸 경우가 많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일때는 공생관계가 쉽게 형성된다. 설령 당이 다르더라도 단체장이 보이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하면 갈등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원만하게 잘 지낸다. 의원들이 집행부를 향해 갑질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만 거꾸로 단체장 한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면 단체장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려면 단체장 한테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표로 된 선출직들이라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서 알게 모르게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직들은 임기동안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가 쉬워 선거하기가 유리하다.
여기다가 공무원들도 현직 단체장한테 줄설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현직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 군수가 인사권을 갖고 있어 공무원 해 먹으려면 알게 모르게 줄 서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장 군수 눈 밖에 났다가는 12년간 승진은커녕 한직으로 내몰려 퇴직해야 하는 경우까지 나오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현직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공무원들은 거의가 승진에 목매 단다. 승진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 때문에 현직 단체장 한테 잘 보여 승진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현직들은 공무원들이 자신을 떠 받들어 주는 그 맛에 취해 재 삼선 할려고 기를 쓴다.
인구 3만도 안되는 농촌군은 공무원이 5~600명 정도로 많다 보니까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현직단체장을 직간접으로 도울 수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노인들이 많아 공무원이 대민 접촉과정에서 현직군수를 은근히 홍보하면 그 쪽으로 표심이 쏠리게 돼 있다. 암암리에 공무원들이 업무를 통해 현직 군수를 지원할 수 있어 라이벌 보다 훨씬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무능한 단체장이 3선까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선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선관위나 공무원 노조 등에서 공무원들한테 정치적 중립의무이행을 요구하지만 그건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는 일부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현직 단체장의 비위를 맞추려고 선거운동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렴의식을 강조한 다산이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탓할까.
백성일 부사장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