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마을 어귀에서 아낙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 김장하는 곳이다. 거두어들인 곡식을 창고에 쌓아두고 겨울을 나기 위한 큰 행사인 김장을 가족과 이웃사촌들이 함께 모여 치르는 것이다.
김장은 한 집안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수육을 건져 김치를 곁들이는 조촐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새로 담근 누구누구네 집 김치는 동네 식구들의 저녁상에 오른다. 회관의 김칫독을 채우기도 하고, 마을의 홀아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독을 채워나가는 나눔의 행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을 평가한 유네스코는 2013년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를 등재하였다. 유네스코에는 김장문화를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눔은 개인 혹은 가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제의 주요 활동주체인 기업에서도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사회공헌활동이 중요한 생존전략이 되어 가고 있다.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공헌으로 이루어지는 나눔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직장인 농협은행은 금융연합회가 금융권 사회공헌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6까지 줄곧 사회공헌 1위 은행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16년 농협의 사회공헌활동이 의미 있는 것은 950억에 이르는 사회공헌 금액은 제외하더라도 한 해 동안 5700여회에 걸쳐 13만2000여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다는 점이다. 농협 직원은 평균적으로 월 1회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시중은행 전체의 사회공헌활동 참여인원이 42만 명임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에서 3분의 1에 참여한 셈이다.
또한 농협은 2004년 농협문화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불우이웃을 위한 쌀 나눔, 각종 문화·체육·예술행사 지원,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사랑의 집 고쳐주기, 독거노인 지원, 주민 건강검진, 다문화가정 모국방문사업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여 오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현안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은행 전북본부는 승진과 신규 임용자들이 정성을 모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을 전통으로 세우고 있다. 또 청소년금융교육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금융교육과 직업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협의 사회공헌활동은 순수민족자본은행으로 수익의 해외 유출이 없고, 지역은행으로서 지역사회와 상생과 환원을 우선하는 기업목표와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공헌활동의 바탕인 나눔과 배려의 정신은 풍성함을 함께 준비하고, 즐기고, 나누는 김장문화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품앗이, 두레, 계 등의 다양한 공동체적 전통에도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잘 나타나고 있다.
김장문화와 공동체적 전통을 통하여 발현되는 협동의 정신과 나눔의 정신을 좀 더 보존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좀 더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면 우리가 격고 있는 상당수의 사회적 아픔을 치유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번 우리 집 늦은 김장에는 이웃들과 나눌 김치 몇 포기를 더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