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거리, 지붕없는 공연장되다] ⑥전문가 조언 - "거리예술 장르 특성 이해하고 공연인끼리 상생해야"

▲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거리예술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공공 공간에서 펼칠 거리 공연’ 제작 모습.

특색 있는 거리 공연은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거나 중추적인 경제성장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예술인들의 더 자유롭고 대안적인 표현·소통 창구이자, 자발적인 공연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성과 시민 문화 향유 확대(공공성)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제3지대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에서 관심을 받고 있었다.

▲ 스페인 만레사 주민들이자녀와 함께 산책을 나와 거리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올해 처음 거리극 ‘노상놀이’, 버스킹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 문화예술의거리 상설공연 등이 진행됐고 내년에도 모든 사업이 지속·확장될 예정이다.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전북지역 거리 공연 현주소를 짚고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조동희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팀장- “거리예술 이해·창작 교육 중요”

2015년 설립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거리예술·서커스의 실험장이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작품을 계발하고 거리낌 없이 시민과 만날 예술가를 키워내며 거리 곳곳에 문화의 바탕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업무는 작품 창작 및 지원·교육, 발표와 배급까지 아우른다.

 

조동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팀장은 “새로운 거리예술가·작품이 끊임없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리예술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변화한 것이 아닙니다. 실내 공연장이라는 관습적이고 폐쇄된 공간을 거부하고 더 자유롭고 실험적이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구현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의 것과 창작이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죠. 감상 준비를 하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관객은 마음가짐이 굉장히 달라요. 실내 공연을 그대로 가져왔다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국내에선 거리예술이 독자적인 장르로 인식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 장르에 비해 교육이 전무한 편이다. 그는 “센터에서도 교육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교육은 가르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예술 표현 방식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리공연 관객에게도 실내 공연보다 훨씬 성숙한 관람 태도가 요구된다. “거리예술에 대한 평가·인식이 낮은 편인데 동등한 예술로 바라보고 거리공연도 자리를 잡고 집중해서 볼 작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래티샤 라포그 전 회장- “거리공연인(단체) 연대·조기 향유 교육을”

프랑스 국립거리예술연맹회장을 지낸 래티샤 라포그(Laetitia Lafforgue)는 현지 사례를 들며 거리 공연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을 조언했다. “국가가 공연을 구매하는 공연자(공급자) 중심 배급·예술인 실업수당 지급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국내 여건상 힘들다면 거리 공연인들이 연대해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래티샤 역시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마음과 자세를 어릴 적부터 체득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아이들이 바로 감상할 수 있는 지역 예술인들이 진행해야 한다.

 

△데이비드 이바네즈 예술감독- “작품에 대중 공감 요소 필요”

스페인 만레사에서 공연예술축제 ‘피라 메디테라니아’를 기획하는 예술 감독 ‘데이비드 이바네즈(David Ibanez)’. 거리 공연이 유럽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한 그는 “거리공연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는 공공장소를 단숨에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그 변화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가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치열한 고민·현대적인 재창조”를 강조했다. 그는 “매력적이고 완성도 높은 거리공연은 관객을 끌 수밖에 없다”며, “작품에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광 전북문화관광재단 상설공연추진단장- “시민 참여형 돼야”

올해 전주, 남원, 부안, 고창 등 4곳에서 6개월간 진행했던 거리극 ‘노상놀이’에 대해 홍승광 단장은 “시민이 직접 거리극에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민·관광객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공연이 ‘보여주기’에 국한돼 관객이 수동적이었다는 것. 그는 일본 마츠리(축제)를 예로 들며 “개양할미 가면 쓰고 행렬, 8선녀 의상입기 등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적극적인 매력 요소를 만들어 흥미를 끌고, 시민들을 참여 시켜 공연 규모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단체 레퍼토리가 아닌 지역 특성을 살린 공연 개발도 요구된다.

 

△장걸 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지역 거리 공연인들 구별짓기 아닌 상생을”

현장·행정을 오가며 약 1년간 이어진 전주시 버스킹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을 지켜본 장걸 사무국장은 “전북형 거리공연이 안정화·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거리 공연인들 사이에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간에 공연 평가·영역 나누기 등을 통해 구별 짓기보다는 모든 거리 공연을 존중·응원해야 다양성이 확보된 채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평가는 오롯이 관객에게 맡기자는 의견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문화 소외 구역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관객 개발·버스킹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관 주도 버스킹 사업에 대해 공공자금을 획득할 경로라고만 생각한다면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