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은 누구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향심 또한 많아 행정을 펼쳐나가는데 훨씬 적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 출신을 부단체장으로 쓰는 관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부단체장 인사때 고향 출신 공직자를 배제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1998년 순창에서 발생했다. 임득춘 당시 순창군수를 보좌하던 조기갑 부군수가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던져 민주당 공천까지 받아냈다. 우여곡절끝에 임득춘 군수가 이를 뒤집고 다시 공천을 받아 당선되긴 했으나 공직사회에는 큰 충격이었다.
이를 계기로 해당 지역 출신 공직자는 배제하는 관행이 전 시군에 걸쳐 확산됐다.
평소 품성이나 소양으로 볼때 절대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고향에 부단체장으로 근무하면서 뜻하지 않게 단체장에 나선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심민 임실군수의 경우도 그를 잘 알던 주위사람들은 “만일 선거에 나서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지만, 그는 고향 임실에서 부군수를 하면서 민심얻는 법을 터득, 결국 도전장을 던진다.
힘든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그는 결국 오늘날 행정능력을 평가받는 단체장 반열에 올라있다.
경험을 통해 “잘못하면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는 경계심을 갖게된 단체장들은 철저하게 고향 출신을 배제했고 특히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경우는 더욱 경계했다.
지사 비서를 오래 지낸 유일수씨의 경우 순창, 임실, 완주, 정읍 등지에서 부단체장을 4번이나 거쳤는데 이는 그가 단체장 의중에 무조건 순종하는 스타일인데다 정치적 야심이 전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단 시군 부단체장뿐 아니라 정무·행정부지사 등 광역단체 부단체장을 지낸 사람들 역시 뜻밖에 선거에 나서는 일은 허다하다.
각종 행사나 인사, 공사를 접하면서 정치적 야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단체장을 하다가 섬기던 단체장이 선거법 등으로 낙마한 경우 ‘시장·군수 권한대행’을 맡게되는데 이때 잡음이 나기 십상이다.
본인이 단체장인 것으로 착각해 후임자에게 넘겨야 할 중요한 결정을 직접 해버리기 때문이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중도하차한 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정헌율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한웅재 부시장을 전광석화처럼 교체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건식 시장이 낙마하면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된 이후천 부시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