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지난 2006년부터 거의 매년 꾸준하게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농가밀집지역과 겨울철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철새도래지에서 옮겨온 분변이 AI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농장의 밀집도, 겨울철 방역체계의 허점 등까지 고려한 총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8일 도가 공개한 ‘고병원성 AI발생 시군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39번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시군별로는 정읍이 39차례로 가장 많았고, 김제(23차례), 부안(22차례), 고창(19차례), 익산(16차례) 등이 뒤를 이었다.
종별로 따져보면 닭 농가보다 오리농가에서 발생한 횟수가 35회 많았다. 오리농가에서 87회, 닭 농가에서는 52회 발생했다.
AI는 조류 농가가 밀집한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국회 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의 유제범 박사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며 “일본 같은 경우 농가간의 밀집도가 낮아 초동조치가 수월해 AI전파를 빠르게 끊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년 간 빈도를 확인해보면 12월부터 2월까지 82번의 AI가 발생해 주로 겨울철에 고병원성 AI의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봄철(3월~5월)에는 32번, 여름철(6월~8월)엔 20번, 가을철(9월~11월)에는 5번 AI가 발생했다.
인근 철새도래지에서 옮겨온 분변과 함께 겨울철 농가방역의 허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내에서 복지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겨울철에 고압 소독기 같은 경우 얼거나 터질 수 있어 개별농가에서 방역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행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거점소독지역만 집중적으로 방역한다”며 “행정은 개별농가가 겨울철 방역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종합적인 대책 수립을 주문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A씨는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주로 철새도래지를 AI 출처로 보고 방역조치를 실시하는 데, 철새 자체가 폐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AI를 농가에 옮겼다고 보긴 어렵다”며 “농가계열 기업체의 지원현황, 개별농가 방역상황, 농장 밀집도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