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전주 오송제(五松堤)에 ‘조명등’ 설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송제에는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육상곤충과 동·식물, 어·조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비판과, ‘주민 편의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주시는 주민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4일 오후 1시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1가 오송제. 호수 입구에는 무릎 높이의 대리석이 서 있었다. 비석처럼 생긴 돌은 호수 산책로를 따라 5m 간격으로 수십 개가 보였다. 곳곳에는 파묻힌 전선도 보였다. 일부는 전선 여러 가닥이 외부로 노출돼 있었다. 도심 속 생태보고로 남겨진 생태습지에 ‘조명등’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산책나온 주민은 “갑자기 왜 조명등이 설치됐는지 모르겠다”며 “밤에 조명이 켜지면 오송제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피해를 입을 텐데, 진정한 생태공원으로의 조성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오송제는 산소공장으로 불리는 오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곤충,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종인 낙지다리가 있다. 붕어와 잉어, 송사리 등 수생식물을 비롯해 고라니와 두루미, 딱따구리 등도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도심 속 생태의 보고로 남겨진 오송제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저녁에 나와 보면 알겠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범죄 예방과 주민 편의 차원에서 조명등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주시는 지난 5일부터 8000여만 원을 들여 오송제에 조명등 80여 개를 설치하고 있다. 시는 이르면 오는 19일 조명등 공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오송제는 저녁에 너무 어두워 다니기 불편하다는 주민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그동안 ‘생태공원’이라는 기치로 조명등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민원이 계속되면서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은 인근 주민과 직장인의 출퇴근 길이기도 하다. 조명이 비추는 방향을 호수 반대편으로 하고, 일몰 후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이용하는 등 제한을 두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의 안전과 자연의 보존을 둘 다 생각하면 난감한 상황이다”면서도 “자연에 피해를 가급적 적게 주는 범위에서 주민의 민원을 해소하는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디자인센터 소장은 “저녁에는 자거나, 밤에 활동해야 하는 야생동물이 있는데, 야간에 작은 불빛도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조명을 비추고, 늦은 저녁 어두운 오송제를 찾는 주민들에게는 협조를 구하는 안내를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