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처벌을 줄여주는 ‘주취(酒醉) 감경’을 폐지해야 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지난달 4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된 주취 감경 폐지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한 사람만 20만 명을 넘어섰다.
현행 형법 제10조에서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고,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다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의 2016년도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성폭행 범죄자 6427명 중 1858명(28.9%)이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고, 전북지역 폭력 사범의 경우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인원은 해마다 25%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도내 폭력사범 1만3657명 중 주취 폭행자는 3718명(27%)이었고, 2013년 1만2630명 중 3567명(28%), 2014년 1만2372명 중 3136명(25%), 2015년 1만2292명 중 3176명(25%), 2016년 1만2632명 중 3031명(23%) 등으로 나타났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이들은 음주를 심신장애로 인정해 법이 정한 것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한 처벌 감경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번 국민 청원 이전에도 주취 감경 판결이 나올 때마다 국민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0여만 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에서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술을 먹으면 감형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유사한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을 근거로 모든 범죄에 대해 주취 감경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폐지 여론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변호사는 “현행 형법에는 심신미약을 감경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음주를 심신미약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의 판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양형기준을 조정하면 될 뿐 법률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음주를 심신미약 인정 사유에서 배제하자는 형법 개정안과 주취 감경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 중이며, 이에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양형기준을 바꿨고, 2013년 국회는 성폭력 특례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성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및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나 반인륜범죄에는 여전히 술에 취한 상태가 감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일 주취 감형 제도 폐지에 대해 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음주운전의 경우 운전만 해도 무겁게 처벌하면서, 성폭행 등 피해자가 있는 범죄의 경우 음주가 형의 감경 사유가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음주로 인한 범죄는 스스로 심신미약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감경할 이유가 없으므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