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가치 헌법반영' 전북이 주도하자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 국민 74.5% 헌법 반영 찬성 / 국가의 육성 책무 강화해야

▲ 최용구 농협은행 전북본부장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가을걷이가 끝나고 곱게 쟁기질된 논과 밭을 보았다. 땅 속에서는 다시 피워 올릴 희망을 위해 쉬지 않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논과 밭, 강과 바다 같은 자연을 바탕으로 한 근원적인 삶의 형태, 삶의 모습은 농업, 농경문화로 일컬어지고 있다.

 

필자는 집무실에 걸어 놓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을 읽으면서 농협인으로서 마음가짐을 다잡곤 한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고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글귀이다.

 

삶과 문명의 존립 기반인 농업이지만 사회와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농업의 공익적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을 헌법 등에 반영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농업의 역할을 식량 공급뿐만 아니라 공익적 기능 창출로 규정하고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근거를 연방헌법 제104조에 명시하고 있다. 또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여 이를 근거로 농정예산의 75%를 직접 지불 방식으로 농업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부터 공익형 직접지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하고 농정예산의 71%를 농업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헌논의와 맞물려 농업가치 헌법반영이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헌법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갖는 공익적 가치와 국가의 육성 책무가 반영되기를 농업계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농협은 ‘농업가치 헌법 반영 범농협 추진 위원회’를 발족해 농업가치 헌법 반영 1000만 서명운동, 대국민 공감대 확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가치 헌법반영 1000만 서명운동에 1200만명의 국민들이 동참 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데 응답자의 74.5%가 찬성을 표시했으며, 반대를 표시한 사람은 4.3%에 불과했다.

 

이러한 국민의 반응을 반영하여 지난달 30일 개헌특위 자문위가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은 “국가와 지방지차단체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어업인의 권익 신장을 보장한다.” 라는 헌법 조문 초안을 공개했다. 농업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다.

 

농업가치 헌법반영은 농업에 혜택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제 때에 파종해야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고, 제 때에 유지·육성·발전을 위한 초석을 헌법에 놓자는 것이다. 이 후에 필요한 논의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되어도 충분한 사항이라 생각한다.

 

전라북도에서도 농업가치 헌법반영의 중요성과 안정적인 전북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범도 차원의 공감대확산운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다면 전북도에서 추진하는 삼락농정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농업인의 농가소득 증대, 안정적 영농활동 및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은 우리가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할 유산이다. 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개헌안에 농업의 공익적가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우리 전북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국민의 동참과 지지를 이끌어 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