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날이 추워진 시기에 공공성 회복을 생각하다

▲ 정우주 기본소득네트워크 전북 상임대표

블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이동하고 게임판의 땅을 최대한 많이 사들이고 건물을 올린다. 상대 플레이어가 자기 땅을 밟으면 임대료와 비슷한 통행세를 받고 상대가 돈을 다 잃고 파산하게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원조는 모노폴리(독점)라는 게임인데 이 모노폴리에도 원조가 있다. 바로 1904년 만들어진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지주게임은 독특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엘리자베스 매기는 당시 미국에서 토지사유제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를 고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게임을 만들었다. 땅을 많이 소유한 플레이어가 결국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파산하는 게임의 내용은 당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토지공개념 사상 또한 알리고자 했다.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일까. 토지는 모든 국민들의 ‘국토’라는 특성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재산’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는데 이 중 국토로서의 공공성(公共性)을 강조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다. 이 토지공개념은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언급하면서 더욱 알려졌는데 그 사상적 기원은 1800년대 후반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까지 올라간다. 헨리 조지는 당시 뉴욕에서 도시는 성장하는데 빈민의 삶은 더욱 열악해지는 모순을 바라보며 그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깊이 고민하였다.

 

그 고민의 결과로 저 유명한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집필하였고, 그 책에서 그는 토지소유자들이 도시의 발전으로 인해 창출되는 부의 대부분을 불로소득으로 취득하게 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곧 사회적 불평등을 양산하는 핵심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전적인 사취라는 것이다. 헨리 조지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토지가치세를 부과하여 불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환수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토지의 공공성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헨리 조지 포럼이 국회의원과 함께 지대개혁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개헌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모여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사회가 성숙해져가면서 공적인 자원, 즉 모두의 것의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것에 사회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성의 회복은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인 승자독식 문화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회복해야 할 모두의 것은 토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 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지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띠고 있다. 토지 뿐 아니라 석유, 가스, 광물, 석탄 등의 천연자원의 가치에 지대가 부과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지대는 독점을 비롯한 다양한 원천에서 발생한다.” 한국 사회 공공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모두의 것에 대한 모노폴리(독점)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이 옷깃을 단단히 여밀 만큼 날이 추워지니 거리 곳곳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빨간색 자선냄비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공공성의 회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예수는 어떤 시대를 살아갔던가? 예수가 꿈꾸었던 하나님 나라는 무엇이었을까? 이어지는 고민과 성찰 속에 그가 가르쳐준 기도의 한 구절을 한 글자씩 되짚어본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