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부부의 분투기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무주 산골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젊은 부부를 취재했다. 취재 갔던 날은 부부가 진도리 산촌마을에 들어온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겨울철 산촌마을은 무료할 정도로 한가했다. 작은 텃밭과 논을 가꾸는 일이지만 겨울을 맞이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일을 했던 부부는 모처럼 책도 읽고 밀렸던 글도 쓰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 부부의 산골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낯선 일상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마을에 들어와보니 TV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불통이었다. 그래도 그것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를 듣는 행복을 얻었고, 지나치게 정보에 민감했던 삶의 방식도 바뀌어 여유를 갖게 됐다.

 

부부는 자연과 사는 방식을 택하면서 얻은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골생활을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농촌의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겠죠.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을 억지로 적응하려고 하면 그것은 고통이 될 겁니다.”

 

부부는 이곳에 들어오면서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하게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다. 농촌에서의 생활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는, 그래서 생활의 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굴레로 생각하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농촌에서의 삶이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적응시키고 또한 스스로 자신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을 부부는 알게 됐다.

 

한 달에 한번 꼴, 도시에 나가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기름 값 아깝지 않게 하루를 즐기고 온다던 부부의 특별한 외출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일상을 바꾸어가는 통로였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잘나가는 인터넷 회사에 근무했던 이 젊은 부부의 귀농은 알게 모르게 주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이들의 일상은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소개되었는데, 덕분에 부부는 유명세와 후유증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의 삶을 궁금하게 여기는 손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얼마가지 않아 부부는 이런 환경에 지쳐버렸다. 손님들을 피하느라 이웃집에 머물기도 하고, 하루 이틀 아예 집을 떠나 있기도 한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촌마을의 삶이 지속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는 결국 무주를 떠났다.

 

이맘때쯤이면 그들의 아름다웠던 일상이 생각난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비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고자 했던 그들은 어떤 답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