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는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주거를 소유하거나 타인의 주거에 의탁해야 한다. 어쨌든 내 한 몸 뉘일 공간은 확보해야만 살 수가 있다.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이므로 주거는 개인의 자산이 아닌 복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전북지역 청년의 주거 복지는 어느정도 수준에 있을까?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의 삶과 비교되어, 가시화 되지 않고 있는 지방의 청년 주거문제는 어떨까? 전북 청년의 75%는 부모와 함께 살거나 자가를 소유하고 있고, 25%의 청년이 주거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일단 부모와 살며 주거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긴급’한 경우는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함께 살며 현재 주거안정을 누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잠재적 빈곤층’에 불과하다. 스스로 주거비용을 마련하기 힘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우, 매체에서 떠드는 ‘청년주거문제’의 당사자가 지방 출신의 청년이 되는 것이다. 수도권이건 지방이건 결국 주거문제를 심각하게 겪는 당사자는 지방출신의 청년인데 내 지역은 아직 청년문제 중 주거는 아직 괜찮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뻔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지역에서의 독립은 어떨까? 일단 청년의 재정 상태가 그렇게 좋지 못하다. 지역 청년 1인의 필수 지출 항목인 학자금대출금이자, 주거비, 통신비, 교통비, 공과금, 식비 등 계산해 봐도 독립을 하면 적어도 월 80만원 가량의 돈이 지출 된다. 청년이 숨만 쉬어도 월에 나가는 지출이다. 전북지역의 소득이라고 해봐야 최저소득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로 볼 때 2018년 최저 월급 기준인 157만원도 과하게 책정해 주는 것이고,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의 경우 77만원 세대로 전락한 현재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본인의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 기간을 따로 둬야 하는 현실은 지역도 다를 바 없다. 현재를 버티기 위해 필수 지출의 30%에 달하는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 지역에서 유입된 청년의 경우는 주거부채를 의탁할 가족이 없기에 지역살이는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주변 청년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지역을 떠난다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일자리는 선택이지만 주거는 필수사항이다. 일은 쉴 수도 있지만 쉬기 위해서는 주거가 필요하다. 지역에 가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벌어진 부채의 격차를 동일한 일자리만으로 타지역 청년의 유입을 바라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전북이 타 지역 청년의 유입을 계획한다면, 일자리 이전에 그들이 지역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할지, 어떻게 주거를 안정 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일변도의 일방적인 정책보다, 청년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들이 정주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만 비로소 지역살이를 시작할 수 있다.
‘청년의 삶은 부채다’ 요즘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사회에 나온 청년의 삶은 부채를 안고 시작한다.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청년을 위해 문화 생활을 보장해주고, 결혼을 장려하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것들은 이번 달 내야 하는 공과금과 대출금이자 월세를 감당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에 살고 싶은 청년에게 내 몸뚱이 뉘일 곳 정도는 마련되었으면 한다. 꿈과 희망은 그다음에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부채의 고리를 끊는 것이 먼저다.
△김창하 씨는 전주시 청년희망단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