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와 익산시민들이 백번 양보한다 할지라도 혁신역 신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논의는 접는 편이 전북지역 전체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불필요한 갈등은 결국 전북발전을 저해시킨다. 광주·전남이 굳이 혁신역 신설 주장에 가타부타 하지 않는 것도 문제 논의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KTX가 지나갈 혁신역 후보지인 김제시 공덕면은 익산역에서 불과 7~8km에 지나지 않는다. 고속철의 생명은 속도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사용하고도 그 수요가 적고 부작용이 더 크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는 커녕 도와 전주시가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10분 정도 거리에 고속철을 세우는 것은 세계철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KTX가 지나가는 역 사이의 최소 안전 제동거리는 40km로 규정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혁신역 신설을 추진할 정도의 명분도 부족하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과 주민들을 진정 생각한다면 전주역과 익산역에 직통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저속철화와 사업비 낭비 등을 이유로 KTX역 신설 불가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혁신역 신설 주장의 타당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새만금과 잼버리를 비롯해 일자리 관련예산 등 많은 자금이 필요한 전북이 구태여 그 기대효과도 확실치 않은 혁신역을 고집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KTX혁신역 신설은 ‘교통 오지’오명을 씻을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있지만 10km 내외의 거리에 고속철이 선다면 다른 지역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첫째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우며, 둘째 그 비난을 전북도민이 감수할 만큼의 실익도 없다.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고속철보다 교통의 모세혈관 역할을 수행하며 혁신도시 주민들을 촘촘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셔틀버스 서비스다. 셔틀버스 운행은 나주혁신도시가 이미 실천에 옮긴 정책이기도 하다.
30만 정도의 익산시민은 물론 65만 전주시민의 편익에도 비효율적이다. 역사와 동네를 잇는 교통편이 부족한 김제시민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내를 오가는 대중교통 인프라 자체가 불편한데 KTX역이 선다고 5개 시·군을 잇는다는 발상은 무책임하다. 전주역이 이미 존재하는데 같은 지역에 혁신 역을 설치한다면 익산역을 이용하는 시민보다 전주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더 높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혁신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연계교통망 확충, 교육인프라 확장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전라북도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