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도 가만 있지 않았다.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공사계약 해지 카드도 내놓았다.
이번 일의 전후를 따지고 보면 대림산업의 파렴치한 불법 행위를 허용한 것은 사실상 익산시다.
익산시는 2011년 9월 초 익산3산업단지 진입도로 공사 입찰공고 직전, 전북도에 입찰방법 변경을 요구했다. 무려 1800억 원짜리 공사 입찰방법은 이미 8개월 전인 2010년 12월에 ‘대안입찰’ 방식으로 결정된 터였다. 처음 대안입찰 방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익산시가 입찰을 코 앞에 두고 느닷없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식적인 이유는 예산 절감이었다.
하지만 당시 건설업계 상황, 입찰방식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익산시의 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업계는 경기불황으로 수주경쟁이 치열했다. 공공사업의 대안입찰 낙찰률은 70∼80%대, 최저가입찰 평균 낙찰률은 70% 정도였다. 대안입찰은 업체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안되지만, 최저가입찰은 설계변경이 가능하다. 대안입찰은 돈이 조금 더 들지만 리스크가 낮다. 하지만 최저가제는 낙찰가만 낮을 뿐 부실시공과 설계변경 리스크가 크다. 업자들이 일단 낮은 가격으로 사업권을 따낸 뒤 설계변경으로 사업비를 늘려 이익을 취하는 꼼수는 업계의 기본상식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2011년 말 익산3산업단지에서 연무IC를 잇는 11.86km를 4차선으로 개설하는 공사를 최저가인 69.368%인 801억 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목적을 달성한 후 익산시가 설계변경에 응하지 않자 공사를 중단하며 협박했다. 최저가낙찰제 폐단의 모범답안이다.
전북도는 2011년 9월8일 입찰방법을 최저가제로 변경해 주었다. 그 배경에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미확인 음모설이 있었다. 전북도건설기술심의위가 줏대없이 입찰방식을 변경해 준 것은 그런 마타도어 놀음에 춤춘 꼴이었다. 누군가 음모를 제기할 때마다 판단을 바꾸는 건 영혼없는 짓이다. 이를 양비론으로 물타기한 것도 마찬가지다. 7년 전 익산시의 돌출행동이 순전히 ‘예산절감’ 때문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이 공사 방법을 변경해준 전북도에 감사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