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주 서곡교 네거리에서 교통사고로 2명이 숨진 것과 관련, 사고 현장엔 지금도 불법과 안전불감증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도로는 무인 단속 카메라가 없었는데, 경찰은 이곳에 ‘다른 장소에 있던’카메라를 옮겨 설치할 방침이어서 ‘폭탄 돌리기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19일 낮 12시, 전주시 서곡교 네거리. 덕진경찰서에서 롯데백화점으로 향하는 도로의 신호등이 황색 점멸등으로 바뀌자 한 시외버스가 속도를 올렸다. 심지어 빨간불에서 한 승용차는 상향등을 켜고 과속으로 교차로를 지나갔다. 터미널로 들어가는 시외·고속버스가 많았고, 신호 위반도 잦았다. 하가지구와 홍산로를 잇는 도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교통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네거리 중 과속이나 신호를 단속하는 ‘무인 단속카메라’는 롯데백화점에서 덕진경찰서 방향 1곳만 있었다. 이 방향은 신호위반이나 꼬리물기, 과속이 드물었다.
21일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조회한 결과, 서곡교 네거리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7년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81건에 달했다. 이들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고 169명(중상 60명·경상 10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14일 낮 12시 36분께 서곡교 네거리에서 터미널로 향하던 시외버스 기사 A씨(57)가 신호를 위반하다 스포티지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스포티지 차량에 타고 있던 B씨(19)와 C씨(24) 형제가 숨졌다.
‘교통안전지도’상에서도 서곡교를 비롯해 ‘네거리’에서 교통사고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는 운전자들의 운전 부주의와 자연재해, 인재 등 다면적 원인으로 발생한다”면서도 “무인 단속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특히 사고를 부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전북지부 이춘호 교수는 “특히 네거리에 교통사고가 밀집돼 있다”면서 “예산이 동반되지만, 무인 단속카메라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 대책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 직후 경찰은 서곡교 네거리에 ‘무인 단속카메라’ 1대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구입이 아닌, 인근의 서신동 박천수 정형외과 네거리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지역도 무인 단속카메라 1대가 설치돼 있는데, 교통량과 교통사고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예방책이 아닌, 네거리 간에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관내에 33대의 카메라가 있다. 박천수 정형외과 네거리에 10년간 설치됐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