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치솟은 차량 뛰어들어 운전자 구한 버스 기사

손등 화상 입은 이중근씨 / "누구라도 당연히 했을 일"

▲ 이씨가 불이 붙은 마티즈에 다가가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사진제공=전일여객
▲ 지난 26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한 전주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중근씨.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그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13분 중상자를 낸 교통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한 전주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중근 씨(60)는 자신의 선행을 ‘누구라도 당연히 했을 일’이라고 했다.

 

61번 시내버스가 전주시 서곡지구 전주세무서 앞을 지날때 5m 앞 지점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반대편 차선에서 불법 좌회전을 하던 검은색 그랜저가 빨간색 마티즈를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마티즈는 인도 옆 경계석을 들이받으며 차량에 불이 붙었다. 자칫 마티즈가 폭발할 수 있어 현장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쉽사리 운전자 구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한 오토바이는 마티즈에 탄 운전자를 보고 지나쳤다.

 

이 씨는 곧바로 1차로에 버스를 세우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마티즈 안에 있는 운전자가 내리지 않자 큰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에 달려들었다”고 했다.

 

당시 마티즈 운전자 A씨는 운전대와 시트에 끼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 씨는 핸들을 돌리며 기절한 A씨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냈다. 그 뒤 마티즈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 씨는 사고현장 긴급 출동 차량인 마티즈에는 비상 급유와 배터리 등이 있어 조금만 늦었다면 운전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한다. 그는 급히 버스로 돌아가 소화기를 꺼냈고, 주변 건물에 있던 이들과 함께 마티즈에 붙은 불을 껐다.

 

이 씨는 바지를 태워 속옷이 드러나고, 손등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하자 이 씨는 다른 기사에게 자신의 시내버스를 맡기고,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떠났다.

 

사고 다음 날인 27일, 이 씨는 전주 서신지구대에 전화해 A씨의 생사를 물었다. 그는 전북대병원을 직접 찾아가 수술실 앞에 있던 A씨 가족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이 씨의 신속한 구조 활동과 따듯한 마음 덕분에, A씨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으로 안 해 본 일이 없다던 이 씨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과거 힘든 시절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