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화재 참사에 국민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병원과 스포츠센터는 물론 아파트, 사무건물 등 모든 건물의 화재에서 목숨 건질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싶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가 사후약방문격 대책을 내놓지만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또 대형 인명 참사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최근의 화재 참사는 모두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애꿎은 인명이 희생될지 알 수 없다.
밀양화재 현장 감식 결과에 따르면 이번 불은 1층 응급실에 위치한 탕비실 천정을 지나가는 전선의 합선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 병원은 그동안 누전 문제가 몇차례 지적됐지만 전기안전점검만 받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이어졌으니, 명백한 인재다.
뿐만 아니다. 세종병원의 1층 탕비실은 원래 탈의실이었지만 불법 구조변경된 것으로 알려졌고, 비상발전기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시설됐다. 중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수용하는 병원에 스프링클러 시설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 존재하는 나라가 안전한 나라인가.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서의 방화문 관리, 방염재료 등 화재 참사를 용인한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건축물 화재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유독가스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단열재인 스티로폼과 방염능력이 떨어지는 커텐이나 침대, 이불 등에 불이 붙어 생기는 유독가스를 흡입한 사람은 곧 정신을 잃고 절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국민이 불안한 나라’인 상황이다.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처가 새로 출범하고 촛불정부가 탄생했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허점 투성이다. 우리가 진실로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는 계속된다. 정부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립서비스만 할 것이 아니라 강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국민은 불의의 사고에 슬퍼하지만, 인재로 인한 희생에는 분노한다. 그 질긴 인재의 사슬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어야 한다. 건축과 방염자재, 주차와 소방 등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 분석,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