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하루에 회사에 있는 시간이 10시간이 넘을 만큼 가족보다 직장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동료들의 의도적인 따돌림과 상사의 폭언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상반기에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많고, 최근 도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관련 상담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1월 1일 출범 이후 지난달 20일까지 3개월여 동안 총 5478건의 직장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5478건 중 임금을 떼이거나 포괄임금제·시간외수당 등을 체불하는 ‘임금’ 문제가 1314건(24.0%)으로 가장 많았고, 청소나 김장 등 개인적인 일을 시키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 830건(15.2%)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상사 또는 동료가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825건(15.1%)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같은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상담사를 의무 배치해달라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해당 청원에는 “직장 내 왕따나 스트레스로 자살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직장 내 왕따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 그만두지도 못하고 오히려 버티기만 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대인이 생계수단을 이어가면서도 스트레스를 올바르게 풀 수 있도록 직장 내에 상담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선진국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통계도 없고, 문제가 되었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례만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비정규직이 많고, 상하관계가 명확한 유교 문화 영향으로 선진국보다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하고, 정책과 법 개정도 필요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이 주체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 밝혔지만, 1년이 지나도록 권고안은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정부에 직장 내 갑질 조사에 나서라고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