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요즘 직장 생활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니 언제고 직장 생활이 만만한 적이 있었나. 업무에 치이고, 상사에 혼나고, 인사와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껄끄러운 동료가 있고,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두렵고…. 직장이 즐거워 휘파람을 불며 출근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직장이 아마 ‘신의 직장’일 것이다.
직장의 현실은 정글인 데, 직장인은 낙원을 꿈꾼다. 그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직무환경과 직무내용에 적응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능력개발을 요구 받는다. 이런 압박 속에 개인은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갈망한다. 직장과 직원간 욕구 불일치가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지면서 각종 질병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뜩이나 힘든 직장 생활에서 설상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여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도 큰 테두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익산 고교교사의 투신자살과 관련해서도 학교 교직원들의 따돌림이 원인이라는 유족과 학생들의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선망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과 학교에서 조차 이런 괴롭힘 문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사회적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권이 발달한 선진 여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됐다. 스웨덴·프랑스·노르웨이·벨기에·캐나다·호주 등의 경우 법까지 만들었다. 1994년 최초의 직장 괴롭힘 방지법을 만든 스웨덴의 경우 근로자 개인 및 가족비방, 업무와 관련된 정보의 비공유, 업무성과 방해, 고립 유발, 부적절한 처벌 및 공격, 모욕 및 비꼼 등 8가지를 명시해 처벌하고 있단다.
우리의 경우도 직장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안이 몇 차례 제출됐으나 국회에 잠자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족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괴롭힘’문제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