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학교 현장,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잇단 교사·학생 자살사건 일상적인 소통·대화 통해 학교 공동체 복원 노력을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또다시 익산 사립고 교사와 전주 인문계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부안 상서중 교사는 교육청 학생인권센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했다. 자살 원인과 조사 과정의 석연치 않은 문제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시끄러웠다.

 

전주 실업고 여학생은 취업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현장 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또한 실업 교육과 현장실습 과정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발생한 사건이기에 도민들로부터 질타를 크게 받았다. 서곡중 학생은 학교 폭력과 따돌림 와중에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아직까지도 사망 원인과 재발 방지책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북 교육 현장의 사건들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올해 들어 연초부터 전주지역 인문계 여고 학생이 생계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며 직장 생활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실업고 학생의 자살 사건 이후 전북 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얼마 전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익산 사립고 교사는 본인의 유서와 학생들의 대자보 내용을 살펴볼 때 동료 교사들의 왕따 논란 속에 생을 마감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치열한 경쟁 사회로 비인간화되어 가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적을 둔 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단순히 개인 의지 부족으로 보며 흐지부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자연재해와 사고가 발생해도 현장을 누비며 원인 규명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밤낮없이 분주한 정부와 소방당국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스스로 소중한 생명을 던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한 원인을 규명해 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게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안이 발생하면 법! 법! 을 외쳐대는 교육감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법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상황이 많다. 모든 것을 법이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우리 사회의 법은 단 한 번도 힘없는 시민의 편이 아니었다. 일반 시민 같으면 거의 종신형을 살아도 부족할 것이 없는 재벌 총수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웃으며 유유히 걸어 나오며 세상이다. 법의 이름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당국도 사건이 터지면 으레하는 뒷북 행정, 요란 떨기와 관계자를 학교에 파견했다고 뒷짐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전북 교육 현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경찰의 입만 쳐다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먼지떨이로 애매한 희생양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분명히 구축하라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교사와 학생 자살 사건은 전북 교육 현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교사와 학생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일상적인 소통과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부 지지자들과 하는 페북 행정, 공문 행정, 강연회, 설명회, 사건이 터졌을 때 보여주기 식 행정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교사와 학생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이제 김승환 교육감 체제가 4개월 여가 남았다. 4개월이면 적지 않은 기간이다. 남은 임기 동안에 고통받고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 상황을 타개하는 단초라도 만들어야 한다.

 

전북 교육당국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덧없는 일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