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995년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설립 인가는 “의료 사각지역인 지리산 주변 40만여 명에 이르는 주민에게 보다 효과적인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 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지리산 주변이라 함은 전라북도의 남원시, 임실군, 순창군, 장수군과 전라남도의 구례군, 곡성군 및 경상남도 함양군 지역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서남대 의대 설립인가 당시보다는 인구가 많이 감소하긴 하였지만 지금도 다양한 삶의 형태로 지역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주, 광주, 대구, 진주 지방과 한 시간 내외의 이동시간과 50~100㎞의 공간적 거리로 인해 현대 산업사회와 뒤떨어진 전통적 농경사회를 이어가고 있는 소위 낙후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농경사회를 직시해 보자. 소득보다는 오히려 교육과 의료복지 등이 상대적 낙후 현상을 보여 젊은이가 없는 초고령 사회로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역 소멸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음미해 봐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체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인구 유입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 대학마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지역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애초 의과대학 설립의 핵심 목적인 지리산 낙후지역 의료 혜택에 전면 반하는 행태로써 지극히 행정 편의적 소수인들의 이기주의일 뿐이다.
주민들의 안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은 문을 닫았다. 지리산 주변 지역 의료시설과 의료인력 공급은 더더욱 낙후와 절망으로 내밀리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같은 현실에 따라 지리산 주변지역 의료복지 공백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이 지역 중심지역인 남원에 남원의료원이 자리하고 있지만, 현재 의료서비스는 기대 이하이며, 각 지방의 보건의료원도 주민들의 질 높은 의료 요구를 감당하기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획기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남원의료원을 중심으로 농촌지역 7개 시·군 주민 40여 만명은 특히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원을 찾는 데 30여분이 소요되며, 기초 응급 처치 후 또다시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하는 데 2시간 이상이 소요돼 골든타임을 놓치고 생명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동안 주민들은 남원의료원에 심뇌혈관질환센터를 간곡히 희망해 왔지만 경제성과 독립채산이라는 병원 운영 원칙에 따라 낙후지역 의료사명인 공공성은 외면당해 왔었다. 특히 남원 의료원 심뇌혈관질환센터 유치는 150여 억원의 사업비와 의료진의 인건비 문제로 그동안 공염불에 그쳤는데, 이번 서남대 의대폐쇄에 따른 지역 의료 공백상태의 장기화와 허탈감에 빠진 시민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추진 방인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위정자들이 지역을 살리고 주민들을 어루만져야 할 때, 남원의료원 거점병원 사업 일환으로 심뇌혈관질환센터 설립 추진은 정치의 기본 목적인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마땅한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