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휴기간에도 불구하고 올 설 명절에 해외로 나간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전북지역 내수경기가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소비 주체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설특수가 실종돼 지역경기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실제 지난 12일부터 도내에서 일본과 동남아 등 비교적 단거리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전주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는 연휴가 시작된 14~15일 대부분 만석이었다.
도내 일부 여행사 또한 70세 이상 노인과 10세 이하 어린이를 동반하는 10명 이상 가족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고객이 증가했다.
14일 오후 8시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직장인 민혜윤 씨(27)는“가족친지들과 함께 3박4일 간 일본 후쿠오카로 떠난다”며“설 제수준비에 치이는 것보다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데 좋다”고 말했다.
19일 항공권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만 12세 미만의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설 연휴 기간(2월14일 ~ 2월19일) 항공편 예약 건수가 지난해 설 연휴 대비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약 건수 중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4%에서 올해 5.2%로 1.2% 늘었다.
이는 명절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젊은 층은 물론 50대 이상 중년층 이상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명절이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리고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였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재충전과 여가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에 따른 개인주의의 확산이 명절소비 패턴까지 바꾼 것이다.
명절 날 호황을 누리던 지역 유통업계와 노래방 등 오락레저 시설은 불황을 호소했다.
설 연휴기간 도내 대형마트는 물론 가족단위 손님이 몰리던 식당도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노래방과 스크린골프장도 명절기간에는 손님들로 가득 찼으나 올해 유독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게 업주들의 이야기다.
전주의 한 노래방 업주 A씨는“몇 년 전만해도 명절에 가족끼리 노래를 부르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며“지역 소비를 주도하는 중산층과 젊은 세대가 해외로 떠나는 경향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 대표 B씨 또한“골프가 대중화되면서 명절 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사람들로 붐볐는 데 요즘은 매년 찾던 단골 고객들마저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