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방산 터널

우리나라 최초의 터널인 경의선(서울~신의주) 아현터널, 의영터널은 1904년 만들어졌다.

 

서울의 남산 1호(필동~한남동), 2호(장충동~이태원동), 3호터널(이태원동~회현동)은 오늘날 강북과 강남을 잇는 주요 도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애초 남산터널의 구상은 교통이 아닌 안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바로 1968년 발생한 1·21 사태다.

 

흔히 ‘김신조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이 사태는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 세검정까지 침투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요새화계획’을 만드는데 이는 일단 유사시 최대 40만명의 시민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보호시설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남산터널의 통행량도 증가, 지금은 시민 대피공간이 아닌 주요 교통로가 됐다.

 

강원도의 경우 백두대간에 의해 영동과 영서지역의 역사, 문화가 오랫동안 크게 달랐으나 오늘날엔 터널에 의해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합됐다.

 

서쪽의 인제 주변에서 고성, 속초, 강릉 등지의 영동으로 가려면 진부령, 미시령,한계령, 대관령 등을 넘어야 했으나 오늘날엔 21.75km에 달하는 대관령터널 등에 의해 가까워졌다.

 

전주 역시 진북터널, 어은터널의 사례에서 보듯 산을 넘어가거나 크게 우회해서 돌아가야 했던 먼 길이 가까워진 경우도 있다.

 

새만금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전주와의 접근성이 중시되고, 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 여의지구를 중심으로 한 전주서부권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최근들어 ‘황방산 터널’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전북도 분석 자료를 보면 전북혁신도시 통과 차량은 하루 23만8708여대에 달하고 있고, 퇴근 시간대(오후 6~7시)에만 2만4807대가 통행한다.

 

앞서 전북연구원은 ‘이슈브리핑’을 통해 혁신도시 제2진입도로(=황방산 터널) 개설을 제안한 바 있다.

 

먼 훗날의 얘기처럼 들렸으나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금융허브가 가시화 하고, 만성법조타운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이같은 주장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가로놓인 황방산(해발 217m)은 전주화산공원보다 남북이 1.5배로 길다.

 

하지만 동서간 도로는 오직 황방산 남쪽의 지방도 716호선과 북쪽의 서부우회도로 밖에 없기에 황방산 터널 개통 필요성이 크다고 한다.

 

다만 생태환경을 파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방산은 모악산으로 이어지는 전주권 주요 생태축이자 시민휴식의 숲이기 때문에 터널을 개설하면 생태축의 기능이 크게 훼손되고 주민들도 매연·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찬반 양론이 있으나, 하루가 다르게 혁신도시와 만성법조타운 주변 교통량이 폭증하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 당장 전문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터널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다른 교통해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