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성범죄를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라고 한다. 신체적인 가해뿐 아니라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 등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최근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러한 트라우마를 피해자 스스로가 정면으로 극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투 운동으로 범죄사실과 가해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가해자를 법적으로 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제기된 송원씨의 첫 미투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재까지는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기된 성범죄 사실 대부분이 친고죄 폐지 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모악 최영호 변호사는 “친고죄는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를 하지 않은 이상 처벌을 할 수 없다”며 “성범죄와 관련한 친고죄는 지난 2013년 6월 폐지됐지만 폐지 이전에 발생한 사건은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씨의 경우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범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친고죄는 피해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친고죄 폐지로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경찰이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 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폐지 이전의 사건은 소급해서 법률 효과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소급효 금지 원칙) 현재 시점에서는 처벌할 수 없다. 10년의 성범죄 공소시효도 2013년 6월 이전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회 전반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 피해사실 폭로 이후 가해자 처벌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신민경 대표는 “침묵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투가 나오게 된 것”이라며 “미투가 나오는 상황에 명예훼손 등 2차 피해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나오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폭로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적 처벌과 부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