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특별기획 공연은 어렵게 성사된 것이었다. SBS는 이 공연을 위해 3~4년 전부터 준비했고, 공연 1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남북관계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일쑤여서 일정이 여러 차례 번복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대중가수의 평양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SBS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남북교류사업 덕분이었다. 남북겨레말 큰 사전 사업, 사랑의 연탄모음 후원사업, 북한비닐하우스 건립 지원 등이 평양공연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조용필 평양2005’가 열린 유경 정주영 체육관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꾸준히 추진해왔던 대북사업의 결실이었다.
유경 정주영 체육관은 1만2000석을 갖춘 대규모 실내체육관이었지만 무대를 설치하느라 객석을 7000석으로 줄여 공연장으로 활용됐다. 8월 23일 오후 6시, 조용필 공연이 시작됐다. 객석은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이미 가득 찼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북한에서도 ‘모나리자’로 널리 알려진 조용필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엄청난 값의 고가 암표가 나돌았다고 했다. 첨단의 영상 장비를 활용한 무대장치와 강렬한 록비트의 조용필 공연에 북한주민들은 환호했다. 객석의 관객들은 공연 마지막, 조용필이 부르는 ‘아리랑’을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참관단으로 동행해 3일 동안 머물렀던 그해 여름 평양의 풍경은 특별했다. 시내는 온통 아파트와 고층 건물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지만 대부분 건물이 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낡은 건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어디를 가나 광장이 있는 곳에서는 마스게임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인상적이었는데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하는 횃불행진을 위한 대대적인 준비였다.
2000년대 중반 단절됐던 남북한 예술교류가 다시 시작되는 모양이다. 오늘 4월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남한예술단을 초청하면서다. 지난달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대표단으로 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오찬장에서 만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평양 발레 공연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남한예술단을 구성해 평양에서 공연한 것은 2002년 9월, KBS교향악단이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연주한 것이 마지막이다. 다시 시작되는 남북한 예술단 교류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