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 변화된 우리사회 ] "불의·불공정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 만연한 적폐 청산작업 진행 중
미투·갑질고발 등 시민 일상생활 속으로

1년 전인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온 국민의 시선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으로 향해 있었다.

21분 뒤, 이정미 대행의 입에서 전 국민이 잊지 못할 한 문장이 튀어나왔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역사상 대통령에 대한 첫 파면 결정이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찬성 234표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가결됐고,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됐다. 이같은 결정 뒤에는 1000만 명이 넘게 참가한 ‘촛불 혁명’이 있었다.

1년이 지난 오늘, 시민들은 탄핵을 계기로 사회 변혁을 이뤄냈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1년간 가장 큰 변화로 정권교체, 그리고 불의와 불공정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촛불이라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끌어낸 시민들을 다시 만나봤다.

주말마다 열렸던 촛불 집회에서 단상을 꾸리고 행사를 진행했던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정책국장(당시 교선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2016~2017년 겨울을 촛불과 함께 보냈다. 그는 지난 1년을 “기대감에 들떴던 시간”이라 평가하며 “적폐청산에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차근히 진행해 나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급진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정권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를 진행한 이가 있으면, 참석한 이도 있다. 지난 2016년 12월 한파가 몰아치는 촛불집회에서 만났던 소병철 씨는 8일 “탄핵 이후 지난 1년은 민주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간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탄핵이 이뤄지고 정권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바로 민주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정부도 정권이 유한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재벌개혁과 언론개혁에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 동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국정농단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각계에 확산하는 ‘미투(Me too) 운동’과 ‘갑질 행태 고발’ 등은 시민이 뭉쳐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탄핵의 교훈이 일상에서 구현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전북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로 활약했던 전북 녹색연합 이세우 대표도 탄핵의 성과로 최근 화제가 되는 미투 운동을 꼽았다.

그는 “탄핵이 벌써 1년이나 됐냐”고 되물으며 “시간을 잊을 정도로 바쁘게 지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사회 변혁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촛불’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미투 운동은 그동안 사회로부터 차별받던 약자들의 촛불”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쌓였던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국정농단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사법부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