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점유 도 넘은 전주 송천동 도유지 살펴보니] 공유지는 공짜 땅?…"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

안내문 ‘무색’ 일부 주민들 텃밭 가꾸고 쓰레기 투기
지난해 도내 16건 적발…기습적 활동에 단속 어려워

▲ 20일 전주 송천동 일대 6611㎡ 규모의 도유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서 무단으로 텃밭을 가꾸고 쓰레기를 투기하면서 일대 토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국유지와 도유지 등 공유지가 허락 없이 농사를 짓는 주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밀하고 기습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관리 기관도 속수무책이다.

20일 오전 10시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1가 63-30번지. 무려 6611㎡(2000평) 규모의 도유지인 이 땅에는 작은 텃밭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파를 심은 듯 했는데, 주변엔 비료 포대도 켜켜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쓰다 버린 냉장고와 책상, 지붕, 슬레이트 등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구석에는 검은 비닐이 썩어가고 있었다. 인근 어린이집 이름이 적힌 ‘텃밭 5호’ 푯말도 여럿 보였다.

‘이 토지는 공유지로서 무단으로 점유사용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무색했다. 전주시가 설치한 안내문은 ‘변상금 처분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빛바랜 계고서도 함께 붙어 있었다. ‘무단으로 점유한 시설물 및 경작물을 2017년 12월 31일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예고했는데, 받는 사람은 ‘무단점유시설물 소유주 및 무단 경작자’였다.

한 주민은 “갑자기 주민 몇 명이 찾아와 텃밭을 가꾸고 사라진다”며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해 주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도유지로,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도유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개 입찰을 통해 대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물론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은 아무런 금전적 부담 없이 나라 땅을 마치 내 땅처럼 쓰고 있다. 게다가 공유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무단 점유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도유지를 무단 점유한 사례 16건을 적발했다. 전주가 9곳으로 가장 많고, 남원 3곳, 정읍·임실 각 2곳 등이다.

국유지는 더 심각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북지역 국유지 10곳 중 1곳 꼴로 무단 점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관리하는 도내 국유지는 총 6만7000필지인데, 이 중 7100필지(10.59%)가 무단 점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적으로는 농경(3500필지)이 가장 많았고, 주거(2700필지)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무단 점유 중인 땅의 점유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어려운 탓에 단속도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적발된 도유지 무단점유 중 3건은 점유자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근무 시간을 피해 기습적으로 이용한다는 게 관리 기관의 고충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송천동 사례는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러 명의 주민이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활동을 기습적으로 하는 탓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이 무단 점용하지 못하도록 전북도 등과 협의해 이 공간의 활용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