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재적 가해자가 맞다

여성이 권력을 취해 내가 더욱 조심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나에게 욕구는 존재한다.

“얻고자 하거나 하고자 하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행위를 함으로써 충족된다. 특히 욕구중 성욕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의 사전적 의미로 보면 행위를 함으로써 욕구를 충족 시킨다.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러한 대상은 물건이 아니고 나와 같은 사람이기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협의의 과정 없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가지게 된다. 나의 형편이 어쨌든지 간에 스스로 마음만 먹고, 지갑에 몇만원만 있으면 자신의 성욕을 채울 수 있다. 성매매를 통한 특히 성매매집결지에서의 성행위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할 필요도, 성관계 후 상대에게 받는 피드백도 필요없다. 오로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대를 사용하면 된다. 마치 상대를 자위도구처럼 사용한다. 도구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상대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위기구는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성행위는 상대에게 가해지는 것이다. 돈으로 협의했다고는 하지만(성매매는 명백히 불법이다) 이런 일방적인 성행위는 상대에게 가해지는 분명한 폭력이다. 그래서 가해자는 처벌 받아 마땅하다.

성욕은 성별에 관계없이 가질 수 있지만, 성욕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경우 결혼과 연애(앤조이의 경우를 포함)등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는 일정한 절차를 거치며 욕구를 해소할 수 있지, 남성의 경우처럼 마음먹고 얼마의 돈만 지불해서 욕구를 해소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남성의 경우 서로간의 확인을 하고 나서 합의하에 하는 관계보다 일방적인 관계를 경험을 더욱더 쉽게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각종 여성을 상품화 한 성관련 매체는 어디에나 있고, 성매매업소는 도심 지역 사람이면 어디있는지 누구라도 알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어플을 통해 성매매업소 종사자가 아니어도 매매가 이루어 지고도 있다. 남성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하는 정상적인 행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상대를 어떻게 하든 뒤탈도 거의 없다.

의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남성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은 서로를 확인하고 알아가는 방식보다,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방식을 쉽게 학습하게 된다. 일방적인 폭력에 떳떳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불편한 그런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가 각성하지 않는 한 잠재적 가해자로 있을 확률이 더욱 높다. 일방적인 가해의 경험(마음만 바꾸면 가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피해자에 한해 가해자를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만든다. 한 성별로 편중된 상황은 대상화된 남성을 권력자로, 여성을 종속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남성들의 자리에서 대상화된 여성을 하대하고 추행하고 강간한다. 마치 욕구 해소보다 권력행사로 우월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2018년 3월 5일 늦은밤 뉴스에 나온 미투 가해자의 모습은 한국에서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와 다르지 않았다. 내가 가해자가 아닌 이유는, 잘못을 이야기 해주는 주변의 여성 동료들 그리고 미투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이다. 나는 미투를 지지한다. 그리고 여성이 마땅한 권력을 취해 내가 더욱더 조심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