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버스산업 100년사를 준비하는 전북고속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승객의 안전과 교통약자의 편의, 임직원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21일 전라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직을 마친 (주)전북고속 황의종 사장(78)이 회사 창립 98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1997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5년간 전라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을 맡았는데,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버스운송사업조합 전국연합회장을 역임하며 전국의 버스 업계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황 사장은 이사장으로 역임하던 2001년 정부의 버스재정지원을 이끌었고, 2001년부터는 유류 100% 환급을 이뤄냈다. 또 당시 국회와 함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 대중교통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황 사장은 “1997년 도내 벽지 노선을 다니는 버스의 손실금에 대한 보상제를 도입했는데, 현재 연간 250억 원 가량 보상을 받고 있다”며 “이는 벽지 노선버스 운행으로 지역 주민 교통편의가 향상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순창 출신인 황 사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1971년 (주)전북고속에 입사해 올해로 47년을 근무하고 있다.
전북고속은 일제의 탄압이 극심했던 지난 1920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도내에서 첫 뿌리를 내렸다. 1971년 관리직원이 1800여 명에 달했고, 1980년대에는 버스가 555대 있었고, 연간 수송 인원이 9000만 명에 달했다.
IMF가 닥친 지난 1997년 전북고속에도 어김없는 위기가 왔다. 황 사장은 “IMF의 여파로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시 자가용 차량이 급격히 늘고 경영권 분쟁도 불거졌다”며 “2014년 3월까지 힘들게 긴축 경영에 돌입해 자본잠식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산 하나를 넘은 황 사장은 지금의 버스 업계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운송 원가는 높아지는데, 승객은 감소하고 있다”며 “뜻밖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장거리 운전을 하려는 기사가 없다”고 했다.
버스 운전은 충분한 주말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황 사장은 “최근 노동법이 개정돼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받는다”면서 “그러나 장거리 운행을 하다 보면 시간이 초과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운전기사 2명이 일을 나눠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산을 마주한 황 사장은 “전북고속이 한때 모 대기업의 이름으로 사명이 바뀔 뻔 했는데, ‘전북’이라는 가치를 놓고 싶지 않았다”면서 “어려울 때 일수록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기사들의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0년 전북고속 창립 100주년을 앞둔 황 사장은 “전북지역 기업들 가운데 100년을 버틴 기업이 매우 드물다”면서 “앞으로도 교통약자의 편의와 임직원의 복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