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이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재활용품 판매 단가 하락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폐기물 업체들의 수거 거부는 유독 수도권에서 못 견뎌 한다. 그 여파가 아직 전북으로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물질 잔뜩인 쓰레기와 맞서는 전주지역 재활용 쓰레기 분류 선별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11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전주 시내 모든 단독주택에서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가 몰려드는 첫 번째 장소다. 미로처럼 생긴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차량에서 던져진 쓰레기는 비닐과 플라스틱, 캔, 유리 등 종류와 상관없이 45도 경사의 컨베이어에 오른다.
처음 만난 한 직원은 대형 비닐에 담긴 쓰레기를 골라내 내용물을 쏟았다. 쓰레기가 컨베이어에 잘 올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활용 쓰레기의 양은 하루 평균 50톤에 이른다.
컨베이어 옆에 마련된 계단을 오르니 선별작업장이 보였다. 직원 4명이 컨베이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채 재활용될 수 없는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었다. 이물질이 묻은 비닐이나 일회용 용기 위주였다. 그러나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모두 분류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차 분류된 쓰레기는 컨베이어를 따라 ‘풍력선별기’로 운반된다. 바람을 일으켜 쓰레기를 무거운 유리병부터 가벼운 비닐까지 종류별로 나눈다.
비닐이 모이는 곳에서 일하는 김모 씨(40)는 상태가 좋지 않은 비닐을 골라내고 있었다. 김 씨는 여기저기 이물질이 묻은 비닐을 분류하는 중이었다. 김 씨는 눈과 손을 비닐에 고정한 채 “비닐을 버릴 때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을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활용 비닐’로 분류된 쓰레기는 압축과정을 거쳐 ‘전주에너지’로 이동, 고형연료 에너지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중 일부로 상당수는 다시 소각장으로 이동한다. 음식물이 묻어 있거나, 테이프 등 이물질이 그대로 달린 채 들어오기 때문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주시 재활용 폐기물 발생량은 2만3560톤인데, 이중 폐비닐이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재활용된 폐비닐은 전체 발생량의 10%에 불과했다.
특히 전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재활용될 수 없는 쓰레기의 비중이 높다. 지난 2015년 ‘전주·안양·천안·청주’의 재활용 쓰레기 잔재물 비중을 비교한 결과, 전주가 53%로 가장 높았다. 천안·청주 각 34%, 안양 30% 등이었다.
잔재물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는 쓰레기인데, 비율이 높을수록 재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아파트로부터 사들이는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수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주 리싸이클링 운영사업 지성빈 운영팀장은 “(전주에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주시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활용품 단가 하락에 대한 비용 부담도 업체가 진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권처럼 전북지역도 재활용품 판매 단가 하락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전주 시내 재활용품 쓰레기 상당수가 재활용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오는데, 이는 재활용 비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얼마나 업체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업체와 주민 간 입장 차이로 쓰레기 문제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재활용품의 생산과 소비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업체는 주민 민원에 떠밀려 재활용이 안 된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리싸이클링타운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운반하는 (주)사람과환경 이권문 이사는 “상태가 좋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는 애초에 수거하지 말아야 하는데, 원칙을 지키면 되레 주민들이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동네가 더럽다’며 시청에 민원을 넣는다”면서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분류해 소각장으로 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다. 이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분류되지 않고 재활용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회성으로 버려지는 비닐의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가정에서도 비닐·스티로폼·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거나 씻고 배출해 재활용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