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시내버스가 운행된 이후 노선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친 것은 60년만이었다. 그동안의 시내버스 노선은 그때 그때 일부의 구간이나 방향을 변경하는 땜질식이었다. 당연히 노선마다 얽히고 설켰다. 하가지구·첨단과학단지·신시가지와 혁신도시 등 도시 확장도 시내버스 노선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계속된 임시방편적 노선 수정에 따른 굴곡노선 불편은 갈수록 심화됐다.
노선개편을 앞두고 우려도 많았다. 전면적이고 구체적으로 노선을 개혁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니 당연했다. 노선개편 시행 몇 달 전부터 동별 지역별 승강장별로 많은 홍보를 했지만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시민과 시내버스 이용자의 목소리를 수용해 노선의 수정과 재수정 등 모두 7번에 걸쳐 새로운 노선 시스템을 잡아나갔다.
그렇게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1년여가 지났다. 이용객들의 익숙함과 함께 전주가 전국 최고 수준의 시내버스 노선 체계를 갖췄다는 타 자치단체들의 부러움도 이어진다. 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된 이후 당장에 눈에 보이는 성과는 편리하고 빠르다는 것이다. 노선별 운행횟수가 207회 증가했다. 대당 운행거리는 26.9km로 배차시간 평균 5분 줄었다. 혁신도시와 전북대 등 일부 특정구간의 이동시간은 50분 이상 단축됐다.
시내버스 노선개편의 핵심은 버스회사 입장이 아닌 이용객 중심의 개편에 뒀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안전과 이용객의 편의가 그 출발점이었다. 새로운 이동축을 개발하고, 이동방법도 다양화했다. 기능성 노선 개발과 이용패턴을 분석한 무료 환승시간 연장, 수요 변화에 즉각 적응할 수 있는 노선 체계로 변화했다. 이 같은 전주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전주시의 시내버스 정책의 중요한 축이었다. 지금 전일여객에서 전격 시행되고 있는 1일 2교대제도 같은 맥락이다.
전주시의 시내버스 노선개편의 큰 틀은 동서축과 남북 순환 코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선 간선제 그리고 직선화와 환승 시스템을 강화하여 통행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었다. 전주시는 노선개편의 논리로 미래세대를 위한 개편을 들었다. 자가용과 비슷하게 통행시간을 맞춤으로써 자가용 수요를 억제하기 위함도 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동패턴 분석, 신용카드 이용데이터, 통신데이터, 교통카드 이용데이터 분석을 거친 결과를 가지고 노선개편안 시민공청회 또한 수십 번씩 이뤄졌다.
대중교통은 도시와 지역의 미래를 말한다. 얼마 만큼 편리하고 빠르고 안전한가는 대중교통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다. 지난 60여 년 동안의 잔가지와 군더더기를 제거한 전주시내버스 노선은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그렇게 품격을 더해가고 있다. 어느 지역도 쉽게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한 대중교통 정책의 실험이었다. 전주시가 선진 대중교통도시로 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전주시내버스 노선이 전국 최고의 모습으로 계속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정책의 지속성과 개혁성, 이용객들의 끊임없는 관심에 달렸다.